세계 최고(最古)의 국립공원, 요세미티

세계 최고(最古)의

국립공원, 요세미티

Yosemite National Park

120번 도로를 따라 서쪽 게이트를 통과하면 마주치게 되는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첫 모습은 엘 캐피탄(El Capitan)과 하프 돔(Half Dome). 요세미티는 검은 곰과 살인자라는 뜻이 있다. 검은 곰에게 많은 원주민이 희생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1851년 이 지역에 살던 원주민을 쫓아내기 위해서 당시 악명높았던 마리포사 기병대가 들어왔고 폭력을 서슴치 않았을 것이다. 기병대의 병사가 원주민에게 부족의 이름을 물었을 때 튀어나온 말이 “요세미티”였던 것. 원주민은 기병대를 보고 살인자라고 이야기 한 것을 부족의 이름으로 잘못 알고 이후 이 일대를 부르는 명칭이 된다. 요세미티 일대를 뜻하는 원주민 단어는 큰 입(big mouth)라는 뜻의 ‘아와니(Ahwahnee)’라고 따로 있었다.

매년 4백만명이 방문하는데 그 중 가장 많이 찾는 곳은 시에라 네바다 산맥의 거대 화강암 지형 한가운데 있는 요세미티 밸리와 그 한가운데 우뚝 솟은 바위가 하프 돔. 이번 일정은 하프 돔을 위주로하여 산세가 험한 위쪽 3곳은 생략하고 아래 4곳을 들릴 예정이다.

공원 입구에 들어서자 시야를 막아서며 가슴을 설레이게하는 세계 최대 화강암 덩어리 엘 캐피탄. 31년전 이곳을 처음 방문했을 때 그리고 16년전 가족들과 함께 두번째 방문했을 때와 비교해도 조금도 다르지 않은 두근거림은 바로 이 거대함 덕분이다. 이 지역이 아와니(큰 입)라고 불린 이유를 공감하게 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도로에 가까이 있어 시야에 가득 차고 고개를 치켜들지 않으면 하늘이 보이지 않을 만큼 높은데 어떻게 반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국립공원(國立公園)의 천국인 미국에서 국립공원의 간판을 최초로 단 곳은 옐로스톤이지만 국립공원의 지위를 먼저 확보한 건 요세미티. 1864년 에이브러햄 링컨이 요세미티 보호법에 서명하여 주립공원이 되면서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세계 최고(最古)의 국립공원이 된다. 당시 국립공원법이 없던 시절이니 주립공원으로 관리되다가 1890년 세콰이어 국립공원에 이어 3번째 국립공원으로 이름을 올린 것. 골드 러시와 땅 따먹기가 한창이던 시절, 더군다나 남북전쟁(1861~65) 중인 상황에서 공공의 이익을 위해 서울 면적의 5배에 달하는 광활한 영토(3,029평방킬로미터)를 국가 보호지역으로 지정했으니 지금 생각해도 대단하고 고마운 결정이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경호와 의전을 다 뿌리치고 이곳의 풍광에 매료되어 사흘간 요세미티에서 캠핑을 하고 애플의 창업주 스티브 잡스는 요세미티 밸리안에 있는 아와니(Ahwahnee) 호텔에서 결혼식을 올리기도 했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미국 국립공원이 요세미티라는 얘기도 있는데 한국 지형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화강암 지형과 비슷하여 뭔가 통하는 것이 있었을 것. 말하자면 요세미티는 한국인들에겐 공감이 가능한 <아는 맛>이고 그랜드 캐년의 엄청난 협곡이나 용암천이 치솟는 옐로우 스톤은 처음 겪는 신비한 맛이랄까?

예로부터 화강암이 널리 분포된 지역은 산림이 우거지고 농사가 잘 되었기 때문에 도시 형성이 용이했다. 막상 와서 보니 과연(果然) 그러하다. 이곳에선 뭐든 잘 자란다. ^^

가을 빛을 담은 황금 갈대숲이 가지런하기도 하다.

항상 바람이 불어 폭포의 물보라가 날려서 신부의 면사포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 브라이덜 베일 폭포(Bridal Veil Falls). 이곳 근처에서 루즈벨트 대통령이 세계적인 환경운동단체인 시에라클럽 창설자 존 뮤어와 함께 캠핑을 했다.

이젠 미국 국립공원에서 자전거를 타지 않으면 뭔가를 빼먹은 느낌이다. 차고에 묵혀둔 자전거에 기름칠을 할 때가 되었지 싶다.

이곳 밸리에서 하프 돔이 가장 잘 보인다는 센티넬 브릿지 포인트(Sentinel Bridge Point). 물에 비친 반영이 매력적이라 다음날 석양에 비친 하프 돔을 담기로 일정을 수정한다.

글레이셔 포인트(Glacier Point)로의 이동 중 요세미티 3대 포인트중 하나인 터널뷰에 들러 요세미티 밸리를 바라본다. 화강암 덩어리 엘 캐피탄과 맞은 편에 겸손하게 앉아 있는 커시드럴(Cathedral)이 보이고 멀리서 하프 돔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홈페이지 대문 사진으로 사용되고 있을만큼 대표적인 장소이니 꼭 들러보시라.

40여분을 달려 글레이셔 포인트에 도착하니 요세미티 밸리가 한눈에 들어온다. 하프 돔 대문 사진으로 자주 등장하던 씬(scene)인데 아쉽게도 가운데 소나무가 병에 걸려 잎이 말라버렸다.

이곳에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 하나. 여행하던 티시약(Tissiak)과 그녀의 남편 토쿄이(Tokyoee)가 이곳에서 서로 치고받는 부부싸움을 하다가 열받은 두 사람이 바위가 되었는데 남자에게 맞은 여자는 하프 돔이 되고 남자는 맞은편 노스 돔, 그리고 여자가 남자에게 던진 도토리 바구니는 그 옆에 바스켓 돔이 되었고 하프 돔의 한가운데 까만 부위는 여자의 눈물이라는 이야기다. 하프 돔의 기세에 눌린 노스 돔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런 전설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웨딩 촬영중인 신혼부부. 산을 무지 좋아하거나 잡스를 좋아하는 부부일 듯.

계곡사이로 비추는 저녁노을이 절묘하다. 오늘 저녁 이 사진은 태양의 방위각 덕분.

타임랩스 촬영하다가 배터리가 부족하여 차에 가지러 가는 도중 옆을 돌아보고 어찌나 놀랬는지. 하프 돔이 불쑥 솟아 올라 오는 줄 알았더라는…

저래보여도 높이가 2,684미터. 참고로 백두산 높이가 2,744미터. 하프 돔 위로 올라가는 트레일은 하루 입장객 제한이 있어 출입허가를 받아야하고 그나마 그것도 추첨을 통해서 당첨이 되어야한다. 왕복 24킬로미터 12시간 거리. 바위에 매달린 쇠줄을 잡고 기어 올라가는 제대로된 등반(登攀)을 해야한다. 물론 정상에선 세상 어디에도 없는 장관이 펼쳐진다.

에펠탑에 올라가서 파리시내를 내려다보는 것보다 멀리서 에펠탑을 보는 것이 더 나았던 파리 여행에 비추어 보면 이 곳 글레이셔 포인트에서 하프 돔을 보는 것이 정답.

내려다보니 밸리 빌리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아와니 호텔도 저곳 어딘가에 있으려니.

이 또한 홈페이지에 등장하는 장면이니 놓치면 후회하는 곳. 시닉 루프 끝나는 지점이라 GPS 좌표 찍고 이동하지 않으면 놓치기 쉽다.

GPS 위치: 37°43'2.2557" N 119°39'43.065" W

계곡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에 물든 황금 갈대밭.

표고차 914미터의 엘 캐피탄. 가까이 오니 거대함이 더 크게 다가온다. 그냥 쳐다보기만 하다가 미켈란젤로가 될 판이다.

일단 의자를 가져와서 찬찬히 챙겨 보기로 한다.

암벽 등반가들의 꿈이 엘 캐피탄과 하프 돔을 타보는 것이라고 하더니 이 사람들 그 꿈을 실천하고 있다. 박수 👏

어쩌다 바람에 씨앗이 날아와 깨어진 바위틈새에서 자라던 나무도 보인다.

날씨가 허락하여 예정대로 다음날 센티넬 다리에서 황금빛 하프 돔을 담을 수 있었다.

센티넬 다리에서 하프 돔을 찍다가 뒤를 보니 뭔가 이상하다. 사람들은 곰이 있는 줄 모르고 있고 곰은 사람들을 보고 있다.

이 녀석이 그 유명한 요세미티 아닌가. 킬러라고도 불리는 난폭한 검은곰. 관리를 하느라 목에 식별기를 달아 놓은 것이 보인다. 이곳에 대략 300~500 마리 정도의 검은 곰이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항상 지나다니는 길로만 다니는지 도로에 곰이 길을 건널 수 있으니 속도를 줄이라는 구간이 종종 보인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저리들 서 있지만 엄청 심장이 쫄깃쫄깃해지는 순간을 즐겼으리라.

이제 하프 돔을 바로 아래에서 보기 위해 미러 호수 트레일을 따라 올라간다.

가을 단풍의 화려함은 없지만 요세미티만의 색깔로 곱게 갈아 입고 있다.

역시 한걸음 다가선 하프 돔은 먼발치의 그것과는 다른 느낌. 가까이 와보길 잘 했다. 28미리 렌즈로는 봉우리 3개를 겨우 담을 수 있을 뿐이다.

아와니 인디언 부족의 추장을 기념하여 이름지어진 테나야 계곡을 따라 올라오면 가을엔 바닥을 드러낸 미러 호수를 둘러볼 수 있다.

첫날 LA에서 도착하자마자 찍은 요세미티 밤하늘의 은하수. 이날 이후 배이지역(Bay area)의 산불로 하늘에 연기가 짙어져 은하수를 볼 수 없었다. 기회가 주어지면 우물쭈물 하지말고 바로 행동에 옮겨야한다. 다음은 언제올지 모르고 내일은 허상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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