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들즈(Needles), 모뉴먼트 밸리(Monument Valley), 그리고 세도나(Sedona)
아치스 국립공원을 떠나 2시간 넘게 달려서 도착한 곳은 캐년랜즈 니들즈(Needles). 처음 우리를 맞이한 것은 뾰족한 바늘 대신 뭉툭한 버섯 바위들이 널렸다. 살짝 불안하다. 니들즈라고 하더니 니들은 어디 간겨?
아일랜드 인더스카이에서 바로 아래쪽에 위치하고 있지만 이어지는 길이 없어 돌고 돌아 내려와야 하는 곳.
멀리 아일랜드 인더스카이 그랜드 뷰 포인트가 보인다. 도착하니 이미 해는 서산으로 뉘엇뉘엇.
미국 국립공원중에서 가장 맑은 하늘을 자랑한다는 캐년랜즈 니들즈. 블루아워 이후 2시간도 되지 않아 나타난 은하수를 보고 감탄사를 연발하지만 창밖에 붙어 있는 무수히 많은 벌레를 보고는 찍으러 나갈 엄두를 낼 수가 없다. 카메라 장비 리스트에 양봉업자들의 방충복을 넣어야할 지 고민이 되는 순간이다.
그리하여 다음날 아침부터 시작된 니들즈 투어.
석기시대 원시인이 사용한 흔적처럼 보이지만 불과 700년전 이곳에 거주하던 푸에블로 인디언들이 식량보관과 종교 의식용으로 사용하던 둥지.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재료만으로 만들어야하니 새들의 그것과 별로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700년이 지나도 무사한 것을 보니 접착제 재료에 나름의 노하우가 있었지 싶다.
모뉴먼트 밸리가 손 닿을 듯 가까운 줄 알고 깜짝 놀랐다. 멀리 보이는 뷰트는 웬지는 모르지만 가끔씩 대자연의 성스러움을 일깨운다.
우든슈(Wooden Shoe) 전망대. 항상 땅이 젖어 나무로 만든 신을 신어야했던 덴마크 네덜란드도 아닌 이곳 사막에서 나막신을 떠올리다니 재미있다. 신이 벗겨지지 않아 발목을 잘라야했던 안데르센의 빨간구두는 생각하지 말자. 너무 잔혹하니까.
멀리 바늘방석처럼 뾰족한 것들이 세워져 있는 니들즈가 보인다. 이제야 이름다운 풍경을 찾았다. 그런데 저곳으로 가려면 오프로드 차량이 필요하다. 비포장 도로인데다가 바닥이 낮은 RV는 진입금지.
다가가지 못하면 반대로 다가오게 하면 된다. 망원렌즈 익스텐더 장착.
렌즈속 풍광은 지구별의 모습이 아니다. 비바람에 깎이고 다듬어진 무수히 많은 뾰족 바위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거인의 손가락같기도 하고…
동영상을 담느라 여념이 없는 애들 엄마.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니들즈의 바위를 보고 있으니 신선계(神仙界)에 들어온 듯.
국립공원 곳곳에 보이는 암각벽화. 설명이 없으니 무슨 내용인지는 알길이 없으나 기록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것만으로 그 역할은 충분하다.
공원을 빠져나와 이동하는 중에 발견한 라벤더 캐년. 7월에 한창 꽃이 핀다고 하니 붉은 사암 절벽을 배경으로 보라빛 라벤다가 가득한 신비로운 풍광이 기대된다.
라벤더 캐년이라고 문패가 있어 7월의 모습을 그려본 것이니 7월에 이곳으로 가셔서 라벤더 없다고 따지지는 마시라. 설령 있다고 하더라도 7월엔 더워서 서 있기도 힘들다.
니들즈를 떠나 3시간 정도 이동하여 모뉴먼트 밸리에 도착. 미국 서부영화 단골 촬영지이지만 웬지 신과 대화하는 장면의 배경으로도 잘 어울릴 법한 이곳은 나바호 인디언의 성지이기도 하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서 3년 2개월 14일 16시간을 달리다가 문득 집으로 돌아가겠다며 달리기를 멈춘 곳. 왜 하필 이곳에서 달리기를 멈춘걸까?
이곳 모뉴먼트밸리는 19세기 중반까지 인디언들과 전쟁을 벌인 미국이 대다수의 인디언들이 살던 땅을 빼앗고 뉴멕시코로 쫓아내어 감옥같은 곳에 모여살게 하다가 돌연 1868년 인디언과 조약을 체결하고 미국내 어느 곳이든 원하는 곳에 부지를 제공하고 그들만의 자치권을 인정하는 인디언 보호구역을 만들어 주기로 약속한다. 그당시 대다수를 차지하던 인디언 부족이 나바호 부족인데 비옥하고 좋은 땅 다 내버려두고 고향이라고 찾아온 곳이 바로 이곳 모뉴먼트 밸리. 그러니 이 곳을 지나 달려오던 포레스트가 집 생각이 나서 오던 길을 되돌아가는 설정을 한 것이 아닌가 싶다. 로버트 제메키스 감독의 연출 의도를 1994년 그때는 몰랐다. 역시 영화도 알고 봐야 재미있다.
미튼이라 불리는 벙어리 장갑 바위를 시작으로 모뉴먼트 밸리 내부투어가 시작된다.
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나바호 인디언 보호구역은 문을 닫아 입장료만 절약했다. 내심 나바호 인디언들이 이곳을 보호구역으로 원하며 다시 찾은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는데 아쉽다. 혹시 이미 방문하여 그 사연을 알고 계신 분이 있으면 연락 부탁드린다.
캠핑장에 도착하니 멀리 모뉴먼트 밸리 인디언 피크가 보인다. 만일 계곡 사이로 해가 뜬다면 놓쳐선 안된다. 언제 또 이곳에 올 것이며 또 오더라도 이곳에서 또 캠핑을 하진 않을테니 말이다. 계곡 사이로 해가 보이지 않으면 새벽에 자다가 일어나 캠핑카를 풀고 나서야한다.
앱(PhotoPills)을 열어보니 과연 계곡 사이로 해뜨는 광경을 볼 수 있다고 알려준다. 다행이다.
자다가 일어나 비몽사몽간에 캠핑장 바로 옆에서 횡재했다. 하지만 사람 욕심이 끝이 없는지라 해가 인디언 피크 바로 위에 걸리는 순간을 잡지 못해 아쉽다. 그게 언제인지 혹은 그 순간이 있기는 한지 궁금해서 다시 앱을 돌려본다.
인디언 피크와 레드핀과의 고도차를 1,000피트로 가정할 때 2021년 4월 28일 오전 6시 43분에 태양이 인디언 피크 한가운데 걸리는 모습을 담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니 혹시 이곳 방문 계획을 갖고 계신 분들에겐 일정에 참조가 되지싶다.
GPS 좌표: 37°0'26.502" N 110°12'56.7948" W
다음 목적지는 지구상에서 가장 기운이 강하다고 알려진 세도나(Sedona). 미국인들이 은퇴후 살고 싶어하는 곳 1위에 선정된 곳이기도 하다. 세도나라는 이름은 이곳 최초의 우체국장 부인의 이름을 따서 명명했다는데 네이밍 요청자는 다름아닌 세도나의 모친. 추천 사유를 “이름이 예뻐서” 라고 하여 다른 이들이 반대도 못하게 아예 입을 막아버린다. ^^ 이런 것도 유태인의 지혜?
세도나 4대 보르텍스중 하나로 양기가 강하여 바로 옆에 공항 활주로가 있는 에어포트 볼텍스. 볼텍스(Vortex)란 유체역학에서 사용하는 용어로 소용돌이 모양의 나선형 에너지를 말하는데 이 곳 사람들은 볼텍스를 양의 에너지, 음의 에너지, 음양 균형 에너지, 중화 에너지 4가지로 분류한다. 물론 과학적인 입증이나 측정은 불가하다.
미국의 관제탑 없는 2만여 공항중의 하나인 세도나 에어포트. 알아보니 미국에는 관제탑이 있는 공항은 500여개에 불과하다. 이곳에서 이륙을 해본다면 에어포트 볼텍스를 제대로 느낄 수 있겠지만 그럴 기회는 없었다.
대부분의 방문객들이 아리조나 피닉스공항쪽에서 이동하여 처음 마주치게 되는 벨락(Bell Rock). 남성, 여성, 중화 에너지의 총집합체이며 세계에서 가장 볼텍스 에너지가 강하다고 알려져 있다. 사진 왼쪽 파란 원으로 표시한 곳이 벨락 볼텍스 포인트.
에어포트 메사에서 바라본 벨락. 이를 기점으로 세도나 시가지가 부채꼴로 펼쳐진다. 말하자면 세도나의 명당인 셈이다.
기를 받고자 한다면 국립공원 어디를 가든 자연의 기운을 받을 수 있지만 굳이 세도나에서 힐링을 받고자 한다면 숙소는 4개의 보르텍스를 연결한 삼각형 부채꼴 안에서 찾는 것이 좋겠다.
여성적 기운이 모여있다는 캐시드럴락(Cathedral Rock) 보르텍스. 고딕 양식의 대성당을 닮았다. 빨간 동그라미가 보르텍스 포인트.
그리고 제일 북쪽에 위치한 보인튼 캐년 볼텍스 (Boynton Canyon Vortex). 아메리칸 인디언들은 가장 신성시한 이 곳은 들어가기전 항상 제사를 지낼 정도였다고 알려져 있다. 볼텍스 포인트는 파란 동그라미 표시. 양의 기운과 음의 기운이 균형을 갖춘 곳.
네 곳 볼텍스를 다 가봤지만 몸의 변화를 느끼지 못한 것은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되지 싶다. ^^
세도나에서의 볼텍스 (체험이 아닌) 구경을 마치고 LA로 돌아오는 길에 만난 아리조나 대표 선인장 사구아로(Saguaro) 군락지. 평균 수명 150~200년에 평균 12미터(40피트)정도 자란다고 하니 선인장중에서는 제일 키가 크다고 하는데 실제로 보니 과연 한덩치한다.
워낙 비가 없는 척박한 땅에서 자라다보니 가뭄을 감당할 수 있을 상황이 되었을 때 비로소 가지를 내어 꽃과 열매를 맺기 시작하는데 팔(side arm)이 나오는데 보통 70~100년 걸린다.
차량 높이가 12피트니까 이 녀석은 40피트는 되고도 남아 보인다. 중간 중간 도로변에 보이는 사구아로 덕분에 LA로 돌아오는 길이 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