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에서 하는 물없는 캠핑
말리부 해안가를 오갈 때 언제나 시선을 끌던 캠핑장. 캘리포니아 해안가에 캠핑장이 몇군데 있긴하지만 매번 “빈방없음”. 이곳은 평소 수평선에 해가 걸리는 석양을 볼 수 없어 가끔 온라인에서 “빈방있음” 싸인을 볼 수 있는데 오늘이 딱 그날이다.
캠핑장 바로 뒤로는 해발 950미터의 산타모니카 산맥이 놓여있고
앞쪽으로는 거칠것 없는 태평양이 펼쳐진 곳
늦은 오후 블링블링 빛반사로 해변 가득 촘촘하다.
자연보호를 위해 달랑 캠핑만 허용하는 전기도 없고 수도도 없는 드라이캠핑장. 전기는 발전기를 돌려서 배터리를 채우면 되지만 문제는 물. 캠핑카에 30갤런 (114리터) 용량의 물저장 탱크가 있지만 숫자로 그렇다는 얘기고 피부로 와닿는 느낌이 없다. 4인 기준 1박일 경우 어느 정도의 물을 사용하는지 감이 없으면 장거리 여행시 드라이캠핑을 할 때 물 준비가 난감하니 한번 겪어봐야 준비를 할 수가 있다.
이 곳 캠핑장은 고맙게도 주차장 바로 옆에 수도 시설을 해놓았지만 일반적으로 드라이 캠핑이라고 한 곳은 물을 구하기 쉽지 않다. 보통 5갤런(18.9리터) 정도면 무게가 18.9킬로그램은 되니까 물장수 제대로하려면 땀꽤나 흘려야 한다.
날아온 모래가 만들어낸 경사진 언덕을 보니 평소 바람이 얼마나 부는지 가늠이 된다.
그렇게 바람이 불어도 글라이더 비행기를 띄운다. 겁도 없다. 시커먼 바다가 더 까맣게 보인다.
사진을 당겨보니 탑승자는 두명. 그야말로 운명공동체. 비행기를 돌려서 오는데 바람이 워낙 강해서 날아가질 못하고 잠시 정지화면처럼 공중에 서 있다. 셔터스피드 1/400초에 이정도 선명한 사진이면 갈매기보다 느린 속도.
항공기 날개 등록번호를 찾아보니 인근 카마리오 공항 이륙했다. 개인적으로 비행기에선 짜릿함을 느끼는 체질이 아니라 궁금함은 여기까지. ^^
다들 숙소 정리를 마치고 저녁 식사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잘 곳을 정한 나그네의 여유로운 특권, 식후노을.
해가 서산에 걸린다. 작은 섬같은 봉우리와 능선 사이에 해가 걸리는 때가 언제인지 갑자기 궁금해진다. 포토필즈앱 나와라~~
회전각 282도에 태양이 수평선에서 1도 이하인 날을 찾으니 8월 25일이라고 알려준다. 요즘은 어플이 과학이다.
그날엔 V자 계곡사이에 태양을 넣은 사진을 담을 수 있겠지만 이미 그날은 예약 매진. 저녁 노을도 아는 사람 따로 보는 사람 따로. ^^
다들 저녁 노을에 취해 가던 길을 멈춘다. 역시 저녁 노을은 바다여~~
캠프파이어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부루스 윌리스를 닮은 아저씨 부부. 굳이 노을을 등진 이유는 바람이 등뒤에서 불기 때문. ^^
캠핑용 나무가 없으면 안되는 분들이다. 아마도 땔감용 나무를 구하러 갔는데 다 팔려서 구하지 못했던 아픔이 있는 분이지 싶다. 그렇지 않고서야 캠핑용 나무가 뭐라고 저리 싣고 다니냔 말이지.
아침 해무의 그림같은 모습의 강태공. 세월을 낚으시는지 고기는 관심이 없다. 고기가 잡히면 좋고 안 잡히면 말고.
물이 들었다가 나가고 있는 타이밍이라 해변이 촉촉하다.
인스타에 올릴 사진을 준비하느라 딸램 데리고 나와서 식전 댓바람에 갈매기와 함께 사진 연출중이시다.
여기 저기 물이 들었다가 나가는 흔적이 보이고
일찌감치 수영복 챙겨입고 물놀이 준비를 마친 아이들. 들어가도 좋다는 얘기가 떨어지기만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