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울 토마토가 주는 소소한 행복
코로나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5월의 어느날 문득 식물(이라고 쓰고 식용작물이라고 읽는다)을 키워보자고 의기투합, 토마토 모종을 구해온다. 그 당시엔 모종이라 어린 놈이었으니 그 상태가 어떤지 알 턱이 없다.
한달 정도 지났을까…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한창 잘 자라던 녀석들이 잎마름병에 걸려 잎이 노랗게 말라 죽어간다. 문제는 토마토만 그런 것이 아니라 옆에 있던 고추와 상추, 민트와 바질까지 다 잎이 시들시들해진 것. 하는 수 없이 알려진 조언대로 병든 잎은 다 떼어내고 과산화수소, 올리브 오일, 세제, 민트 등의 마구 만들어낸 레시피로 치료를 한다. 방울 토마토 열매만 달랑 달려있어 조만간 말라죽지 싶었다. 식물이 광합성을 못하니 살 수가 없겠거니 하면서…
그러던 어느날 죽은 줄로만 알았던 가지에서 새순이 돋아난다. 광합성을 하지 못하면 죽게 생겼으니 죽지 않으려면 죽을 힘을 다해 새순을 내고 잎을 키워야했던 것. 다시 살아나 주어서 고맙다.
보통은 잎이 난 후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히지만 이번엔 열매가 맺히고 난 이후에 잎이 난 케이스. 동물은 순서가 바뀌면 난리가 나는데 식물에겐 순서가 바뀌어도 상관이 없나보다. 토마토는 익어가고 잎은 잘 자란다.
무성해진 잎을 보며 생각한다. 포기하지 않고 살아 남으면 무엇이라도 할 수 있다는… 굳이 아생연후살타(我生然後殺他)를 떠올릴 필요가 있으랴.
식물을 키우다보니 벌레들이 많이 생기고 그 벌레들은 사람만 보면 달려들어 물어 뜯는 방어기제를 타고난 놈들. 그래서 그 놈들 때문에 식물 키우는 것이 재미없어질 뻔했다. 그런데 얼마전 불가(佛家)에서 아는 사람만 안다는 비전(秘傳)을 전수받아 실전에 적용해보니 그 효험이 너무 신통방통하여 이참에 소개드린다. 그러니까 지난번 맛있는 수박 고르기 이후 두번째. 수박이야기 링크 https://jnwkim.com/blog/2020/6/9/-
그 비방은 다름아닌 촛물찜질. 촛물의 온도와 촛물의 양이 거의 일정하다는 것이 포인트. 온도가 60도 이상이면 알레르기 반응 리셉터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과학적으로 확인하진 않았으니 따지지는 마시라. 비슷한 원리를 이용한 뜨거운 숟가락 찜질법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문제는 숟가락의 온도를 제대로 조정하지 못하면 화상을 입을 수도 있다는 것이 함정. 그래서 뜨거운 숟가락은 탈락이다.
초는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엄지손가락보다 조금 굵은 사이즈의 보통 향초면 되겠다. 하지만 사타구니 또는 겨드랑이와 같이 피부가 연약한 곳은 쉽게 화상을 입기 때문에 피하셔야한다. 발가락 또는 발바닥같은 곳에 모기한테 물려본 경험이 있으신 분은 아실 거다. 긁어도 긁어도 그치지 않는 간지러움. ^^
혹시 집에 이렇게 큰 초밖에 없다면 그냥 넣어두시라. 촛물의 양이 엄청나다. 일단 작은 초부터 찾아보자.
딱히 보통 사이즈의 향초가 없다면 사진처럼 티라이트 초라도 나쁘지 않다. 심지가 작어서 화상 입을 일이 거의 없다. 대신 촛물의 양이 부족하여 간지러움이 그냥 물러가지 않으면 한두번 더 촛물을 부어주면 그만이다.
이제 성가신 벌레 때문에 살충제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딱 촛물 세방울이면 간지럼 끝. 이제 토마토를 즐기기만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