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고(太古)의 신비(神秘)를 찾아서

태고(太古)의 신비(神秘)를 찾아서

옐로우스톤 여행 다섯째날

영화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가 이 지역을 포함한 미국 서부 모피사냥꾼을 다룬 작품. 이 당시 한 모피 사냥꾼이 필라델리피아 지역신문에 옐로우스톤 지역에 대한 기사를 게재하자 백인사회의 호기심이 들불처럼 일어났고 급기야 연방정부에서 지질 탐사대를 파견한다. 탐사대를 탐사를 마친 후 밀렵꾼과 채굴업자가 이 지역을 망가뜨리지 못하게 보호해야한다며 청원 운동을 펼쳤고 그리하여 지금으로부터 148년전 1872년 국립공원법을 제정하여 미국 최초이자 세계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이름을 올린다.

지금도 여전히 살아있는 수퍼 화산(Super volcano) 옐로우스톤 국립공원. 대재앙을 보지 않고 지구가 살아있음을 절감할 수 있는 곳. 5,000만년전부터 화산활동이 있었고 7만년 전까지 대형 화산 폭발이 있었으며 오늘 이시간에도 여전히 화산활동은 진행중이다.

공원에는 총 5개의 진입로가 있다. 이번 일정은 남쪽 게이트를 통과하여 공원으로 들어가는 것.

면적 9,000 평방킬로미터의 옐로우스톤 국립공원을 제대로 보려면 3일을 투자해야한다고 하고 4일을 투자하면 하루의 액티비티를 할 수 있다는 국립공원측의 추천에 따라 3일을 투자해서 하루의 여유를 가져보기로 계획을 세운다. 그러자면 일찍일어나는 것 외엔 달리 방도가 없다. 새벽 4시 기상, 6시에 출발. 국립공원 관리사무소 개장 시간이 따로 있어 너무 일찍 도착하면 게이트가 닫혀 있는 줄 알았으나 24시간 오픈이다. 더 일찍 가셔도 된다.

잭슨 호수를 따라 올라가니 부지런한 새가 호수위를 평화롭게 날아가기에 한 컷 잡았는데 알고보니 아메리칸 이글. 아침부터 이런 길조라니. 오늘 하루 여행이 술술 풀릴 조짐. 고맙다 독수리.

안개속에 차츰 모습을 드러내는 그랜드 티톤 산맥. 그대는 참으로 품이 넓은 산이요 아이다호의 젖줄이요. 어제의 멋진 하루 고마웠소.

해발고도 8,400피트, 2,560미터 높이. 그 옛날 모습 그대로 원시림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옐로우스톤 호수 서쪽에 위치하며 엄지 손가락 모양으로 생겼다고 1870년 워시번 탐험대가 지은 이름.

바위 바닥이 아니라 흙바닥에서 생성되어 진흙이 된 온천탕. 냄새가 퀘퀘한 것이 그다지 반길 수준은 아니다.

호수가 만들어낸 아침 안개와 가이저의 수증기의 오묘한 멋짐이 오래 기억될 것 같다.

1870년 워시번 탐험대가 이곳에 머무는 동안 예측 가능한 분출을 지속적으로 유지한 덕에 국립공원 최초로 지명을 부여 받는다. 얼마나 멋진 이름인가 “올드 페이스풀(Old Faithful)” “오랫동안 믿을만한”

가이저 분출 시간에 맞춰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기 시작한다. 예측가능하다는 것은 이렇게 고마운 일이다.

꼬박 꼬박 90분 간격으로 뜨거운 물을 쏘아 올려주는 이 녀석은 오늘도 어김없이 90간격으로 열일하고 있다. 도착한지 15분만에 가이저 쇼를 보았으니 아침에 보았던 길조가 헛것은 아니었다.

옐로우스톤에서 가장 큰 사이즈를 자랑하는 그랜드 프리즈믹. 광각렌즈를 따로 챙겼어야했다. 28미리 렌즈로는 그 규모와 아름다움을 한번에 담을 수가 없는 것이 아쉽다. 수증기 뒤로 보이는 커다란 풀이 그것. 고온에서 생존가능한 각양각색의 박테리아들이 만들어내는 신비로운 색상은 한폭의 그림이다.

출처: 구글 이미지

화질은 열악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를 파악하기엔 이만하면 충분하지 싶다.

여기서 잠시 알아보고 넘어가자. 오렌지색 바닥을 만드는 놈들은 섭씨 50~60도에서 살아남은 놈들이고 그린색 바닥을 만드는 놈들은 섭씨 38도에서 56도에서 살아남은 놈들이다. 섭씨 100가 안되니 별로 뜨겁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보통 우리가 집에서 찬물 끄고 뜨거운 물만 틀면 나오는 물 온도가 섭씨 46도 정도인데 1초 이내면 화상을 입지 않을 만큼 뜨겁다.

그러니 이곳은 섭씨 60도 가까이되는 수온에 견디는 뜨거운 오렌지 족들이 살고 있고

조금 아래쪽에 위치한 이놈들은 뜨거운 수도물 정도의 온도에서 살아가는 그린족이라고 보면 되겠다.

지질 구조가 취약하니 정해진 트레일 외엔 들어가서도 밟아서도 안된다. 올해 들어서도 모험 정신 충만하신 분이 트레일에서 벗어났다가 명을 달리하셨다고 하니 조심할 일이다.

보석 오팔(Opal)의 빛깔과 비슷하다고 이름도 오팔풀(Opal Pool). 바닥을 알 수 없는 땅속 깊이는 사람의 눈동자와 닮았다고 느끼기에 충분하다.

하늘과 그 앞에 있는 나무 몇그루를 살짝 갈아서 넣은 듯한 신비로운 빛깔을 보여주는 터키석풀(Turquoise Pool)

파이어홀 강으로 들어가는 온천수를 바라보며 다음 목적지 기번 폭포로 출발한다.

그냥 지나가면 섭섭하고 딱히 찾아보자면 별 것 없는 기번(Gibbon) 폭포. 높이가 26미터 정도되는데 워시본 탐험대 보고서에 의하면 이전엔 이 폭포 위쪽에 물고기가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무지개 송어(Rainbow trout)를 풀어서 기번강 위쪽도 물고기가 살게 되었다고 하니 폭포 위쪽의 물고기는 어찌보면 자연이 아니라 인공인 셈.

아이폰으로 비디오 찍으며 이번 여행에서 처음으로 동영상을 담당, 열일하고 있다.

기번강이 흘러내려가면 매디슨 부근에서 파이어홀강과 만난다. 폭포가 작으면 어떠랴. 흘러내려가서 먹여살리는 원시림이 저 정도.

폭포앞 나무에 뱀 두마리가 사이좋게 매달려 있어 한 컷.

기번 폭포에서 얼마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노리스(Norris) 가이저 바진.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내려가면 갈림길이 나온다. 사진으로 보이는 것이 오른편에 위치한 노리스 포설린 바진이고 왼편으로 가게 되면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스팀보트 가이저가 있는 노리스 백 바진 트레일이 있다. 사이즈가 포설린 바진의 2배 정도도니 시간 조절 잘 하고 방향을 잡으시면 되겠다. 스팀보트 가이저는 한번 터지면 100미터까지 물줄기를 쏘아 올린다. 언제 터질지 모르니 혹시 방문하게 되면 인포메이션 데스크에 확인을 해보는 것도 좋겠다.

곳곳에 보이는 뜨거운 수증기를 뿜어대는 기공(fumarole)들.

우유빛깔 침전물이 도자기처럼 지표면을 덮고 있어 포설린(porcelain, 도자기)이란 이름을 얻었다.

얼핏보면 한없이 평화로워보이지만 균형의 뒤틀림이 생기면 통제할 수 없는 재앙으로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거친 야생의 상태인 것을 인지하고나면 살짝 무섭기도 하다.

워시번 탐험대의 베이스 캠프가 있던 맘모스 핫스프링 지역으로 이동한다. 신비로운 풍경의 관점에서 나는 이곳을 최고라고 했고 애들 엄마는 잠시 후 방문하게 될 라마밸리를 첫째로 꼽았다. 지금부터 들어가보자.

불에 탄 나무 뒤쪽으로 보이는 것이 엔젤 테라스. 1988년 이곳에 대화재가 있었는데 옐로우스톤 전체면적의 32%가량을 태우며 3개월동안 불이 났다고 하니 그 규모도 엄창났지 싶다. 그 당시의 흔적인지 화산활동으로 인해 석화(petrified)된 것인지 알길은 없으나 전체적으로 이곳의 분위기를 이국적으로 만드는데 일조한다.

물에 녹아 있는 석회암이 침전하여 만든 테라스가 하늘의 구름과 어우러진 멋진 조화.

미켈란젤로같은 천재 건축가가 고안해 낸 줄로만 알았던 인피니티 풀 (infinity pool). 하지만 이곳에 와서야 자연의 작품임을 알게 된다. 스티브 잡스가 인간에게 창조란 없으며 창의적일 뿐이라고 한 이유를 알겠다.

이곳은 육안으로는 눈여겨 보지 않으면 멀어서 잘 보이지 않는다. 200미리 렌즈를 통해서 이곳 더블 인피니티풀을 보고는 넋이 나가서 애들 엄마에게 이야기했더니 눈만 껌벅인다. 눈으로 보지 못했으니 사진이 무슨 소용이랴. 미국 친구들이 망원경을 들고 다니는 것을 봤는데 이제야 그 까닭을 알겠다.

같은 장소에서 28미리 광각으로 잡은 인피니티풀의 모습. 다가갈 수도 없고 육안으로 보이지도 않아서 그런지 구글 지도에는 인피니티풀 이야기가 없다. 참조하시라.

석회암 침전물이 만들어낸 캐스케이드. 1/500초의 셔터스피드임에도 5초이상은 셔터를 열어놓은 듯한 카나리 스프링(canary spring)의 옆태. 아마도 카나리아의 깃털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어 그리 이름지었으리라.

맘모스 핫스프링은 테라스가 아래 위 두군데 있고 출입구도 다르다. 가급적 위쪽 테라스를 먼저 방문하시길 권한다.

인피니티 풀에서의 흥분을 식히며 위쪽 테라스로 이동하는데 눈앞에 나타난 겨울 동화의 한장면. 석화된 나무 위로 구름이 걸려있다.

이곳은 영화 스타트렉에서 불칸행성을 촬영한 곳이기도 하다. 아무리 봐도 지구스럽지 않다. 한여름의 겨울연가라니 말이 되냔 말이지. 스필버그 감독이 영감이 필요할 땐 옐로우스톤에 온다고 하더니 이래서 오는가 싶다.

맨눈으로 보게 되면 이 멋진 광경을 놓친다. 잊지 마시라 망원경.

맘모스 핫스프링에서 풍경에 흠뻑 젖고 나왔는데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다. 그래서 이곳에서 1시간 이상 이동해야하는 바이슨의 서식지 라마밸리로 출발한다. 이런 곳에선 고민하는 시간도 아깝다. 버팔로라고도 하고 들소라고도 하는데 조금씩 차이가 있다. 유러피안 바이슨도 있으니 이놈들은 아메리칸 바이슨(American Bison)이라고 하면 정확하다.

앞에서 풀을 뜯는 녀석이 암놈이고 뒤에서 풀을 뜯는 둥 마는 둥하는 녀석이 숫놈. 이번에 만난 바이슨은 매번 숫놈들이 암놈 뒷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니는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 보호받고 있다고 느끼는지 암놈들은 전혀 귀찮아 하지 않는다. 바이슨 종류는 스페인의 알타미라 벽화에도 등장하는 아주 오래된 놈들이다. 한때 멸종위기까지 갔던 적이 있는데 바이슨 보호를 위해 늑대를 다 잡아 죽였더니 천적이 사라져 생태계 균형이 깨어지고 만다. 그래서 부족한 늑대를 보충하기위해 캐나다에서 회색늑대를 들여와서 옐로우스톤 지역에 풀어 놓았다.

운전대에 앉아 멀리 있는 놈들 200미리로 바짝 당겨 사진을 찍고 있는데 바로 옆에 뭔가 다가오는 듯하여 렌즈를 돌리니 화면 가득 이 놈 얼굴이 들어온다. 바로 코 앞에 바이슨이 온 줄 알고 깜짝 놀랬던 그 느낌. 너무 가까워서 촛점도 맞지 않고 흔들리기까지 했지만 놀랐던 당시를 표현하기에 이만한 사진도 없지 싶어 그대로 올린다.

이상하게 생긴 녀석들이 풀을 뜯고 있는 이곳은 상상 속에서나 그려 봄직한 무릉도원. 이렇게 아름다운 곳의 주인이 산적처럼 생겨먹은 바이슨이라니 그 또한 아이러니..

오후 4시 30분 즈음 저물고 있는 태양과 하늘의 구름 그림자가 어우러져 만든 들판. 비현실적으로 몽환적이다. 라마밸리 다녀오면서 딱 한번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었는데 이곳이 그곳. 아침에 독수리를 보더니 길조가 박터졌다. 고맙다 독수리.

무리지어 야생으로 생활하는 이놈들은 가족이 떨어져 단절되는 것을 용납하지 않아서 도로를 이동할 때 뒤에 남은 무리가 있으면 숫놈들이 저렇게 도로 한가운데 버티고 있어 나머지 무리들이 안전하게 도로를 건널 때까지 기다려야한다. 하지만 이곳은 경사가 가파른 지역이라 다른 무리들이 도로를 넘어올 생각이 없다보니 무작정 기다리게 되는데 보다못한 한 운전자가 경적을 울리고 차로 밀어붙이며 길을 열고 있다. 이곳에서 30분은 족히 기다렸지 싶다. 덕분에 바이슨 구경은 실컷했으니 그걸로 충분히 보상이 된다.

아이다호에서 오는 길에 도로위를 소가 지나가더니 바이슨을 3일 내내 구경하는 횡재를 한다. 이제 캠핑장으로 돌아가는 길만 남았다. 2시간 정도를 운전해야한다. 지름길이 겨울 폭설로 끊겨 공사중.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국립공원안에서 이동하는데 2시간이라니 이게 말이 되냐고요…

옐로우스톤 첫째날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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