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만리(牛步萬里) 미친여정(美親旅程) (4) - 레드우드 터널에서 사이프러스 터널까지

구경을 하다보니 앞으로 4일간 달려야 할 길이 1,600킬로미터가 넘는다. 하루에 400킬로미터는 달려야하니 매일 서울 부산 거리를 달리는 것. 이동하는 사이 사이 짬을 내서 하루 한곳은 들리는 것으로 일정을 잡고보니 발자취 남기고 싶은 곳이 한두곳이 아니다.

오레곤주 뉴포트에서 1박후 출발하니 오레곤주의 무지막지한 해안선이 눈앞에 펼쳐진다.

오늘의 쉼터는 코퀼 리버(Coquille River) 와 태평양이 만나는 곳에 위치한 등대. 이제는 더 이상 사용하지 않아서 내부가 공개되진 않지만 쉬어갈 핑계를 만들어 줬으니 어쨌거나 고마운 존재.

크레센트 시티의 빌리지 캠퍼인. 집을 개조하여 registration office로 사용하고 있는데 노부부 두분이서 이곳을 운영하신다. 코로나로 인해 오피스는 오픈하지 않고 외부에서 체크인하게 바꾸셨다. 입구를 아담하게 가꿔놓으셔서 한 컷 담았다. 기대하지 않았지만 가장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는 캠핑장.

출발과 동시에 한낮인데도 안개가 자욱하여 레드우드 숲 사이로 빛내림 가득하다.

레드우드 국립공원을 지나가며 감탄이 절로 나온다. 중간에 차를 세울 수 있는 곳이 없어 그것이 아쉽다. 아이폰으로 찍은 동영상에서 캡춰한 사진이라 화질이 좋지 않지만 추억 소환용으로 저장해둔다.

땅의 기운이 얼마나 좋길래 나무가 이렇게 곧고 길게 자란단 말인가.

메인 도로에서 빠져서 1시간을 넘게 달려 도착한 포인트 아레나 등대. 오후 4시에 문을 닫으며 그나마 예약하지 않으면 들어갈 수도 없다. 어짜피 등대 내부가 궁금한 것이 아니었으니 상관없다.

미국 태평양 연안의 북쪽 끝에서부터 샌디애고까지 이어진 해안가 등대 중에서 가장 멋진 풍광을 가진 등대라고 해도 되지 싶다.

GPS 포인트: 38°57'2.4079" N 123°44'13.9522" W

큰 비가 와서 계곡사이로 흐르거나 조금만 큰 파도가 있어도 큰일날 곳에 위치한 앵커 배이 캠핑장. 크레센트 비치보다 바다와 더 가까와서 해변이 바로 붙어 있다. 하지만 그런 걱정도 잠시. 밤이 되면 파도소리는 금새 자장가로 바뀐다. ^^

숙소에서 엎어지면 코닿을 곳에 해변이 있으니 나와보지 않을 재간이 없다. 타임랩스 걸어놓고 사진 놀이.

바다로 떨어지는 해까지 볼 수 있으면 금상첨화이겠으나 해 지기 전에 숙소에 도착한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해가 졌는데도 숙소가 마련되어 있지 않으면 졸지에 여행(旅行)에서 유랑(流浪)으로 전락한다는 것을 경험을 해 본 분들은 아실 것이다. ^^

다음날 500킬로 가까이 달려야하는 일정이라 서둘러 이동하고 있는데 갑자기 창밖을 보던 애들 엄마가 외친다. “차세워!!”

그러더니 툭탁툭탁 계단을 내려간다. 바위를 좋아하는 줄은 알지만 조금 전까지 조수석에서 졸던 사람의 모습이 아니다.

이 정도의 해변을 전세낼 수 있다면 내려가지 않을 이유가 없다.

절벽위에 집짓고 사는 저들이 부럽지 않기 때문이다. 매일 저녁 멋진 노을을 볼 수 있다는 것 그건 좀 부럽네. ㅋㅋ

애들 엄마 분위기가 사뭇 심각해 보인다. 돌이 없어서 그렇지 뭘. ㅋㅋ

내려간 덕분에 어른 머리 사이즈 정도되는 불가사리를 본다. 옆에서 홍합 먹는 말미잘은 덤.

이 분은 고기잡을 생각이 없는 건지 바스켓이 안보인다. 리알토 해변에서 낚시하던 할아버지 생각이 난다. 노인과 거친 바다는 웬지 기억에 오래 남는 이야기 소재인걸 헤밍웨이는 일찌감치 알았던가보다.

샌프란시스코 타말레스 배이의 포인트 레예스에 위치한 사이프러스 터널. 이렇게 생긴 사진 한장 달랑보고는 이번 여행의 마지막 코스로 잡았다.

사이프러스라고 하지만 이탈리안 사이프러스는 아니고 어메리칸 사이프러스인데 우리나라에선 해송으로 불리는 나무와 잎은 비슷해 보인다. 나알못이니 따지지는 마시라.

내일이면 여행은 끝나지만 가족들이 기다리는 집으로 출발이다. 이래서 여행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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