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잔밑이 어둡다. 딱 은하수 얘기다.
저녁 노을 사진을 찍고 나면 항해 박명이 오고 그 다음으로 천문 박명이 온다. 천문 박명이 지나면 공식적(?)으로 밤이다. 밤에 하는 사진놀이는 낮과는 다르다.
달 사진 찍기. 하지만 보름날 달 사진은 한번 찍고 나니 재미가 없다. 2017년에 찍은 사진인데 그 뒤로 달 사진 찍겠다고 삼각대를 펼친 적이 없는 것은 날짜에 따라 모양만 바뀌지 항상 같은 면만 보이기 때문이다. 이 사진을 좀 더 선명하게 찍어보려면 렌즈를 최대한 밝고 최대한 줌으로 당길 수 있는 것으로 바꿔야하는데 그럴 생각은 없다. 그래봐야 달이다.
별사진 찍기. 별사진 궤적도 찍어보니 한가운데 북극성에 포커스를 맞춰서 찍으면 전경(foreground)은 조금씩 바뀌겠지만 북극성 주위의 별이 회전하는 모습은 매번 똑같다.
별사진(Astro photography)을 찍는데 500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가지고 있는 렌즈 중에서 가장 밝고 가장 광각인 놈으로 고른 다음 조리개를 최대한 열고 ISO 1600에서 6400 사이에서 조정해가며 찍는다. 셔터 노출 시간이 길면 길수록 사진이야 선명하게 나오겠지만 별이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서 궤적이 생기기 때문에 별 사진은 별 궤적 생성직전까지 찍는 것이 최선이다. 그 때 사용하는 것이 500의 법칙이다. 가령, 위의 별사진은 16미리로 찍었으니 500/16=31.25, 그러니까 30초 정도까지는 셔터 개방을 해도 별 궤적을 보지 않는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의미다. 만약 100미리 줌 렌즈라면 허용 셔터 개방시간이 5초 정도밖에 되지 않으니 고도의 해상도를 가진 사진기가 아니라면 사진이 선명할 턱이 없다. 그래서 가급적 밝고 광각인 렌즈를 선택해야한다. 테스트 샷을 해보고 사진이 여전히 어둡다면 ISO 1600에서부터 조금씩 ISO 값을 올려보면 된다. 하지만 도시의 불빛으로 인해 15초만 셔터 개방을 해도 사진이 하얗게 타버린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어두운 밤하늘을 찾게 된다.
어두운 밤하늘 찾기 서비스도 있다. 인터넷 https://darksitefinder.com 에서 찾아보니 그림에서 보이는 것처럼 대도시 근처에서는 어두운 밤하늘이 없다. 네바다, 유타, 아리조나, 콜로라도 등 이런 동네로 차를 타고 나가야 한다.
한국도 사정은 마찬가지. 통일이라도 되면 모를까 그 전엔 불빛없는 밤하늘 보긴 힘들다. 그래서 별사진도 시큰둥해진다. 별자리 이름이 1도 궁금하지 않으니 별사진을 찍겠다고 설쳐댈 이유가 없다.
은하수, 일명 밀키웨이. 그런데 이 사진은 이야기가 좀 다르다. 밤하늘에 우유를 뿌려놓은 것 같다고 하여 오래전 로마인들이 비아 락테아(Via Lactea)라고 부른데서 유래하여 밀키웨이라고 불리는 우리의 태양계가 속해 있는 은하. 망원경 없이 육안으로 관측 가능한 다른 은하는 안드로메다 은하 정도. 이런 은하의 갯수는 헤아릴 수도 없다. 1000억개의 은하가 있다고 하는데 그 숫자가 계속 바뀌고 있으며 단지 관측 가능한 우주와 관측 불가능한 우주로 나눌 뿐 숫자는 의미가 없다. 불과 1920년대까지만해도 밀키웨이가 우주의 전부인 것으로 천문학자들이 알고 있었다고 하니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사진은 칠레 북부 (남반구) 파나랄 천문대에서 촬영한 모습인데 은하수가 지평선에 걸쳐 아치형으로 누워 있다.
그런가하면 이렇게 세워놓은 은하수 사진도 있다. 미국 네바다 주의 사막에서 촬영된 사진인데 작가분이 노이즈를 줄여보겠다고 ISO를 800으로 낮추고 셔터 개방을 54초로 하는 바람에 별들의 궤적이 생겨서 아쉽기는 하다. 7월 22일에 촬영하여 은하수가 수평선에 수직으로 바로 서 있는 모습 담기가 가능했다.
이제보니 은하수는 북극성하고는 별로 상관이 없다. 아니 그 뱅글 뱅글 어디든 다 보인다. 남동에서 올라오고 남서에서 사라진다. 그리고 찍을 때마다 사진이 조금씩 다르다. 슬슬 궁금증이 생기기 시작한다. 실제로 본 기억이 언제인가 싶다. 물론 어두운 사막으로 간다고 해서 아무때나 막 찍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그런다.
운이 좋아야하는 것도 아니다. 관측 가능한 시간에 그 곳에 있어야 한다.
그럼 그게 언젠데?
가장 밝은 중심을 포함한 은하수는 남반구와 북반구 관측 시기가 다르며 계절과 시간에 따라 관측 위치와 모양이 다르다. 지금까지 무료 어플로 일출 일몰 사진을 잘 찍었지만 은하수는 그런 시기를 알려주는 무료 어플이 없다. 구글을 뒤져서 3~4가지 은하수 관측 가능 어플 중에 가장 기능이 좋고 쓰기에 편리한 어플을 선정하여, 어플 구매 금액치고는 상당히 고가에 속하는 10불을 투자하여 포토필즈(photopills)라는 어플부터 설치한다.
나머지 계절도 가능하긴 하지만 제한적이고 일단 북반구에서는 5월에서 11월 사이에 은하수 중심을 포함한 관측 범위가 넓어 사진 찍기에 좋다. 물론 그 외에도 날씨가 좋아야하고 달도 떠 있으면 안되는 등 변수가 많다. 위의 어플 화면은 2월 25일에 관측 가능한 은하수 위치와 방향을 미리 찾아본 것인데 은하수는 새벽 2시 47분부터 고작 2시간 11분 정도만 관측 가능하다. 그리고 최대 17.3도 방향각까지 상승하기에 관측 위치에서 목표 방향으로 장애물이 그 각도보다 높으면 관측이 되지 않는다. 나머지 시간에는 어두운 밤 중심을 보지 못하고 띠처럼 생긴 모양만 볼 수 있을 뿐이다. 미국은 오밤중에 안전을 위해 거의 대부분의 산은 입산금지. 그래서 해도 지고 달도 지고 난 이후 칠흙같은 어둠에서 관측 가능한 위치를 평지나 언덕에서 찾아야하는데 이 앱은 고도차에 의한 관측 가능여부까지 알려주는 기능이 있다. 처음엔 과도한 기능이라고 생각했으나 최대한 실현 가능한 계획을 세우고자 한다면 엄청난 도움을 주는 기능인 걸 뒤늦게 알았다.
유럽 남반구 관측기구에서 칠레 라살라 천문대와 파나랄 천문대에서 찍은 사진과 다른 곳에서 찍은 사진을 합쳐 총 120시간 분량의 사진을 360도 파노라마로 합성하여 얻은 이미지. 은하수의 중심이 회전 중심이 되는데 사진의 한가운데 가장 밟은 부분이다. 별들의 생성이 가장 활발한 부분이기 때문에 밝은 것인데 중심 부분에 왼쪽 아래에 사수좌 오른쪽 위에 전갈좌가 있다. 재미있는 것은 가장 밝은 은하 중심에서 약간 오른쪽에 Sagittarius A*(궁수자리/사수좌 A*)라고 불리는 거대질량 블랙홀이 있다는 것. 가장 밝은 부분 옆이 가장 어두운 부분이라는 것. 어디서 많이 듣던 얘기?
등잔밑이 어둡다. 딱 은하수 얘기.
은하수가 세워지면 블랙홀이 은하 중심 바로 아래에 놓이게 된다. 등잔밑이 어두운 게 딱 은하수 얘기다. 사진으로 표시해서 그렇지 지름, 그러니까 왼쪽 끝에서 오른쪽 끝까지 길이가 15~20만 광년이다. 저 속에 포함된 별이 1000억~4000억개 정도된다. 그러니 행여 세고 있을 생각은 하지 마시라. 0.1초에 하나를 센다고 해도 저 별을 다 세는데 적어도 317년 걸린다. 별만 1000억개를 포함하는 밀키웨이같은 은하가 우주에는 999억개가 더 있다고 하니 더 이상 몇 개인지 세는 건 하지말자.
초점거리가 8.2미터인 천체 망원렌즈 4개를 합친 렌즈로 찍어서 이보다 더 나은 사진은 얻을 수가 없을 것이니 은하수 찍겠다고 좋은 렌즈로 바꾸는 것은 의미가 없어 보인다. 그저 아름다운 광경을 보는 것만으로 충분할 것이고 그것을 사진으로 담을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지 싶다. 다만 모든 빛이 잠든 시간에 셔터를 열어야하니 앞으로 새벽 꿀잠은 어느 정도 양보를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