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척 천리, 말리부
영화 <아이언맨>의 무대가 되면서 많은 이들에게 환타지를 심어준 로스엔젤레스 인근의 바닷가 별장촌 말리부. 그들만의 리그인 것 같지만 결코 그럴 수 없는 나라 미국. 한때 동일본 지진이후 쯔나미 위험때문에 부동산 시세가 폭락하였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그 또한 그들만의 이야기 일뿐.
미국도 이제 서서히 코로나의 영향권에 들어가고 중국으로부터 갖가지 수입이 제한되면서 제조시설이 미국에 없어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하는 제품들의 재고가 서서히 바닥이 나고 있는 소리가 들려온다. 이럴 땐 산이나 바다가 정답. 조금 일찍 도착하니 은빛으로 물든 바다와 넉넉히 내린 겨울비 덕분에 캘리에서 보기 어려운 연두빛 봄이다.
해는 넘어가는 중이고 캠핑장은 물들어 간다.
오대양의 일출과 노을을 계절별로 찍고 싶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그저 생각이라도 행복할 따름이다. 바다 수평선에 걸리는 노을을 담으려 했지만 언덕 중턱에 걸리고 말았다. 바다쪽으로 나가봐야 소용이 없다. 좋은 해돋이 사진이나 저녁 노을 사진을 찍으려면 맑은 날씨라도 구름이 없어야하니 하늘이 도와줘야하고 날씨가 좋아도 적당한 습도도 있어야하니 땅도 도와줘야한다. 거기다가 바다에 덩그러니 해만 떨어지면 또 그걸 어디 쓰냔 말이지. 사진 찍으면서 미장센(무대 배치)을 찾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언덕이 저녁 노을을 먼저 챙겼다. 이럴땐 항상 아쉽다. 아쉬움은 내일을 기약하는 법. 다음번엔 아마도 저 산너머에 가 있지 싶다.
근경만 포커스를 살리고 그 뒤를 포커스 아웃으로 날렸다. 다음에는 중경과 원경까지 포커스를 맞춰서 포커스 스택킹 사진을 한번 찍어봐야겠다. 그러려면 삼각대가 필요하다. 몸이 좀 더 날렵해야한다.
역시 사막에선 별이고 바다에선 노을. 한밤중이 되어도 바닷가 밤하늘엔 별이 온데간데 없다. 데스밸리의 그 많던 별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바닷가에선 역시 라면이다. 맥주에 파도소리를 말아서 함께라면 더 좋다. 코로나에 붙들려 있지말고 라면하나 코펠하나 챙겨서 차에 시동을 걸고 동해안으로 달려보자.
봄 소풍 마무리는 파도소리 들으며 마시는 커피 한 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