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씨시(Assisi) 따라하기

아씨시(Assisi) 따라하기

코로나가 남긴 선물

집이라는 공간의 의미가 휴식 공간에서 삶의 공간으로 바뀐지 두달.

코로나로는 혼란이 부족한 것인지 아니면 트럼프의 선거 전략인지. Stay At Home 조치가 해제된 지 얼마 되었다고 다시 집밖으로 나오지 말란다. 오늘로써 야간 통행금지 5일째. 흑백간의 인종 갈등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코로나로 지치고 억눌렸던 민심은 예전같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캘리포니아의 햇살은 화창하기 그지 없고 오늘 하루도 아깝지 않도록 무언가 할 일을 찾는다.

집근처 플라워 & 가든 센타에서 집에서 키울만한 녀석들을 데리고 왔는데 그 중 제일 먼저 눈에 띈 제라늄. 인삼과 비슷한 향을 가지고 있어 벌레들이 싫어한다고 알려져 있어 모기 퇴치 식물, 구문초(驱蚊草)라고 불리기도 한다.

꽃잎의 채도(Saturation)가 높아 카메라가 디테일을 담아내지 못할 만큼 붉은 꽃을 자랑하는데, 꽃몽우리가 뾰족한 것이 학의 부리를 닮아서 그리스어 게라노스(학)라고 불러 지금의 제라늄이 되었다고 한다. 지금보니 꽃몽우리가 아니라 꽃대가 학의 긴 목을 닮았다. 꽃몽우리든 꽃대든 그게 무슨 상관이랴. 학이라고 이름지워진 의미의 공감이면 족(足)한 것을.

이탈리아 아씨시의 길목마다 관광객을 반겨주던 담벼락꽃. 일찌기 유럽에서는 제라늄을 창가에 심어 모기나 벌레들이 집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방지했는데,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동네가 벌레 없이 깔끔한 느낌을 주었던 이유중의 하나가 제라늄 덕분이었다는 것은 언제나 그렇듯 다녀와서 알게된다.

제라늄의 꽃말이 “그대가 있어 행복합니다”라는데 과연(果然) 그러하다. 남아프리카가 원산지라 뜨거운 햇살을 마다하지 않으니 햇살 많은 곳에 두게 되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보는 이들로하여금 바라보며 미소짓게 한다.

꺾꽂이도 어렵지 않다며 애들 엄마는 제라늄 담벼락 일렬종대를 꿈꾸며 벌써 행동을 개시했다. 저녀석들이 무사히 뿌리를 내리고 꽃몽우리를 피우면 테라코타 보금자리를 만들어줘야한다. 이러니 홈디포가 돈을 번다.

평소엔 담벼락이건 화분이건 거들떠 보지도 않던 나같은 사람도 코로나 덕분에 이렇게 집 주위를 기웃거리고 있으니 코로나 폭락을 넘어서고도 통행금지 조치가 내려도 아랑곳하지 않고 올라가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當然)한 일이지 싶다.

그러거나 말거나 강아지를 키울 때와는 다르게 흙을 만지고 씨를 뿌리고 물을 주면서 느끼게 되는, 식물세계의 작지만 확실한 즐거움을 알게 되었으니 감사할 따름이고 새삼 신께서 왜 꽃을 만드셨는지 이해를 하고 있는 요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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