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의 손바닥, 바위 천국 죠슈아트리 국립공원(Joshua Tree National Park)
미국 유일의 전국 일간지 USA TODAY의 독자들이 선정한 음악 여행지 10곳에 선정된 곳. 엘비스나 비틀즈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고 힙합, 재즈, 컨트리와도 아무런 해당사항이 없는 이곳의 이름이 보이는 이유는 록그룹 U2가 1987년에 발표한 앨범 ‘죠슈아 트리’의 영향 때문. 메마른 사막한복판에서 아무에게나 음악적 영감이 넘치는 것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그룹 U2에게만은 그랬지 싶다.
기이한 분위기의 사람을 닮은 나무가 사막위에 서 있는 듯한 죠슈아 트리 국립공원의 분위기를 하나씩 느껴보자.
도착하여 짐을 정리한 뒤 해질녘 서쪽하늘에 펼쳐지는 구름쇼가 장관이다.
언제나 그러하듯 저녁 노을엔 경건함과 장엄함이 넘쳐난다.
죠슈아 트리에서 받게 되는 첫번째 선물인 저녁 노을이 물러가면
두번째 선물 은하수가 남쪽하늘에서 길게 수직으로 늘어선다. 은하수 사진은 은하수 중심(Galactic Center)이 들어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한데 운좋게도 오늘밤은 바로 눈앞에 펼쳐져 있다. 10월초 일몰 후 2시간 정도 기다리면 받을 수 있는 사막이 주는 2번째 선물이다.
은하수 가득한 저녁 하늘을 즐기고 아침에 눈을 뜨면 설레임 가득안고 오늘의 태양이 떠오른다. 사막의 세번째 선물.
죠슈아 트리의 종합 선물 3종세트를 한 자리에서 즐길 수 있는 이곳은 점보락 캠핑장. 물도 없고 전기도 없다. 그저 길가에 차 한대 세울 수 있는 공간만 주어질 뿐. 비용은 하루밤 3만원. 국립공원의 저렴함이 고맙다. 안쪽에 텐트 공간이 별도로 있으니 여러가족이 함께 즐기기에도 안성마춤.
19세기 몰몬교 신도들이 성경에 나오는 여호수아(Joshua)가 두팔을 벌리고 기도하는 모습을 닮았다고 생각하여 죠슈아 트리라고 부르기는 했지만 사실 나무가 아니다. 조금 큰 선인장인 셈이다. 자라는 속도가 느린 걸로 죠슈아트리만한 것도 없다. 1년에 7~8센티미터 정도 자라다가 10년이 지나면 1년에 약 4센티미터 정도로 성장속도가 느려진다. 사진에 보이는 죠슈아 트리는 4~5미터 정도 되어 보이니 적어도 90년은 되었다는 이야기. 하지만 메마른 사막임을 생각한다면 느리게 자란다고 할 일이 아니라 자라는 게 신기하다고 해야겠다.
그 비결은 뿌리에 있는데 땅속 11미터 깊이까지 뿌리를 내려서 한방울의 수분까지 빨아들일 준비를 갖추어 놓는 것. 사막이라 못살것 같지만 살 놈들은 다 살게 되어 있다. 평균 150년 정도 살고 수명이 1,000년이 넘는 녀석도 있다고 하니 이런게 사막의 패러독스(paradox)가 아닐까 싶다.
선인장(仙人掌)은 신선의 손바닥이라는 한자어로 구성되어 있는데 손바닥 선인장이 아니고서야 비슷한 점을 찾을 수 없고 다만 오래 산다는 의미에서 신선(神仙)과는 맥락이 닿아 있다고 해도 되겠다.
사막 한복판에서 마주친 죠슈아트리를 보니 제주도에서의 힘든 시절, 그들도 마찬가지로 힘들었을테지만 의리를 지킨 제자에게 감사의 표현으로 선물한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가 떠오른다. 늙음이 낡음이 아니듯 힘듬이 고됨은 아니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강하다고 말하는 듯.
나무가 아니라 선인장이라고 하기에 그 속이 궁금하던차에 발견한 산책로에 나뒹구는 기둥. 역시 나이테가 없다. 나무 아니고 선인장 맞네~~.
사막 중간 형성된 언덕들이 바다의 섬처럼 보인다고 하여 이름이 키즈뷰(Keys View). 바람이 많은 곳이라 누런 모래바람이 언제나 하늘을 뒤덮고 있다.
태평양 대륙판과 북아메리카 대륙판이 만나 형성된 샌안드레아스 지진대(fault)가 이곳을 통과하는데 멀리 사진 가운데 언덕처럼 보이는 지형이 판의 충돌로 생긴 것이며 지금도 솟아오르고 있는 중이라고... ^^
죠슈아 트리도 보고 키즈뷰도 둘러봤으면 이곳의 기암괴석 점보락도 챙겨 보시라. 1억년전 있었던 화산폭발로 분출한 용암이 세월의 풍파에 다듬어진 결과물. 시지프스가 굴리다 내팽개친 바위공이 틈새에 끼인 듯 묘(妙)하다.
이곳의 바위들은 듀공(Dugong)만큼이나 둥글둥글하다.
먹기 좋게 잘 썰어놓은 몽실몽실 모찌떡 바위.
아침 식사중인 캘리포니아 메추라기 가족들. 뛰어갈 땐 영락없는 로드러너 모양새인데 머리의 어사화(御賜花)를 보니 우아함이 남 다르다.
10월이후 방문하여 일찍 움직이면 한낮의 사막 더위는 견딜만 하다.
메마른 사막에도 나름의 멋짐이 있다. RGB(red, green, blue)의 고른 조화가 화려하기까지 하다.
요세미티의 엘 캐피탄 직벽과는 달리 가벼운 바위타기를 즐기고 싶다면 이곳이 안성마춤이다.
저녁 노을과 아침 일출, 그리고 밤하늘의 은하수를 즐기고 낮엔 가벼운 트레일까지 즐길 수 있는 이곳은 LA에서 차량으로 2시간 거리. 단 한번의 캠핑 기회를 논한다면 이곳을 권해도 되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