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만리(牛步萬里) 미친여정(美親旅程) (1) - 시애틀 레이니어 국립공원

정확히는 4,698.5킬로미터. 서울 부산 구간을 400킬로로 가정하면 약 6번을 왕복하는 거리. 덕분에 미국이라는 나라가 크다는 것을 피부로 진하게 실감한다.

우선 시애틀에 위치한 국립공원 2곳을 둘러보고 태평양을 따라 내려오면서 해안선을 둘러보는 것이 이번 여행의 일정.

설레이는 가슴을 안고 이틀 동안 12시간을 달려 도착한 오레건주의 한적한 시골마을 캠핑장. 시작이 반이고 반 이상 달리고보니 마음이 한결 가볍다.

아무리 먼길이라도 쪼개서 가다보면 가야할 길은 줄어들게 되어 있다. 천리길도 한걸음부터라지 않는가. 만리길도 다르지 않음을 출발하고서야 알게 된다.

한여름 바짝 마른 캘리포니아를 떠나 물이 많은 곳으로 오니 흐르는 강이 여유롭다.

포틀랜드에서 딱 한 곳을 고르라면 이곳 멀티노마 폭포를 들르면 된다. 지나치면 허전하고 그렇다고 하루를 할애하여 따로 둘러볼 만한 곳은 별로 없는 애매한 오레건주의 포틀랜드.

요세미티 국립공원에서 하늘거리며 떨어지는 물줄기를 떠올리니 과연 물이 넘치는 곳에 온 것이 실감난다. 높이 올라가야하는 수고를 들이지 않아도 된다. 왕복 1시간이면 족하다.

폭포 구경을 마치고 캠핑장으로 이동하니 거대한 강줄기가 걸음을 멈추게 한다.

캐나다 로키산맥에서 시작하여 워싱턴주를 지나 워싱턴주와 오레곤주의 경계를 이루며 흐르는 콜럼비아강. 미주리강 미시시피강 유콘강에 이어 미국에서 4번째로 크다. 가파른 주변 지형 덕분에 강력한 유속을 자랑하며 미국에서 수력발전을 가장 많이 하고 있는 강이기도 하다. 수영해서 강을 건넌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곳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광활하다는 표현은 일반적으로 강을 이야기할 때 쓰진 않는다. 하지만 이곳에선 조금도 이상하지 않다.

포틀랜드에서 2시간 30분. 시애틀 남쪽에 위치한 레이니어 국립공원 남쪽 입구에 도착한다.

레이니어 마운틴은 해발 4392미터로 끝이 뾰족하게 올라있어 백두산(2744미터)과 같은 스트라토 화산. 겨울내내 내리는 눈 덕분에 한여름에도 녹지 않는 만년설을 볼 수 있다.

레이니어 마운틴을 가장 멋지게 잡아낸다는 리플렉션 레이크(Reflection Lake). 바람이 만든 호수의 잔물결로 레이니어 마운틴의 반영을 잡기가 쉽지 않다. 다들 이곳에서 사진을 찍느라 다녀갔는지 잔디는 다 죽고 눈이 녹은 땅은 질퍽거린다.

한걸음만 더 들어가면 레이니어 정상이 깔끔하게 나오는 완벽한 인증샷을 건질 수 있었다는 아쉬움이 남는 사진.

만년설이 녹아 내려 개울이 되어 흐르니 이곳 또한 니스콸리강의 수많은 수원지(水源池) 중의 하나인 셈이다.

언젠가 콜로라도강의 수원지를 찾아 여행을 떠나볼까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 따지고 보면 그 수원지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이곳 사람들은 레이니어 산을 타코마(산 근처에 있는 마을이름)라고 부르기도 했다. 타코마란 우월하다 능가하다라는 뜻의 라틴어로 이곳 인디언들이 그들에게 충분한 물을 공급하는 이 산을 타코마라고 불렀던데서 유래한다.

렌즈를 당겨보니 한여름 가뭄에 물 걱정을 할 것이 아니라 눈사태가 살짝 염려되는 모습이다.

눈사태가 만들어놓은 협곡. 눈 비가 쏟아질 땐 산꼭대기에서 흘러가는 물길을 보는 것 또한 장관이지 싶다.

레이니어 마운틴 근처 호숫가에 자리잡은 캠핑장에서 하루 1박을 하고 시애틀로 출발.

시애틀에 도착하여 제일 처음 들린 곳은 스타벅스 1호점. 부둣가 근처 업타운 1번가에 위치하고 있어 캠핑카를 끌고 근처로 갔으나 캠핑카를 위한 별도 주차장이 없다. 그냥 차에서 멀리서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한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그리고 스타벅스가 시애틀에 본사를 두고 이곳 경제를 살리고 있다. 그 중 스타벅스의 경우는 시애틀과 각별한 인연이 있는데 1년중 6개월은 춥고 비가 오며 한여름에도 선선한 기온을 유지하니 따끈한 커피 한잔이 매일 생각나는 신기한 곳. 그러고보니 시애틀엔 커피 전문점이 넘쳐난다. 스타벅스는 시애틀 날씨덕을 보고 시애틀은 스타벅스 덕을 보고 있으니 주거니 받거니 궁합이 좋다.

케리공원(Kerry Park)에서 시애틀 니들타워 인증샷을 찍는 것으로 시애틀 일정은 마무리한다. 시애틀 투어를 하고 싶은 마음이 없진 않았지만 캠핑카로는 시내투어가 불가하다. 그래서 다들 힘들더라도 캠핑카 뒤에 작은 차량을 끌고 다닌다.

이제 페리를 타고 바다 건너 베인브릿지 섬으로 이동할 차례. 시애틀에서 남쪽으로 타코마까지 내려가면 바람과의 공진현상으로 인해 붕괴된 적이 있는 유명한 타코마 다리가 있다. 물론 지금은 안전하게 공사하여 문제가 없지만 어찌되었건 2시간 30분 정도 우회하여야한다.

캠핑카의 경우 페리 이용 요금이 인원 2명과 차량 포함하여 $70 이며 기다리는 시간과 페리 이용시간을 합치면 1시간 20분 정도 소요된다. 여행하는 동안에는 시간이 금보다 소중하니 계산하며 따질 이유가 없다.

시간이 아까와서지 절대로 이 다리가 무서워서 돌아간 것은 아니다. ^^

화물차나 버스도 문제 없이 진입가능한 층고가 넉넉한 배에 캠핑카를 싣는다.

짧은 시애틀 일정을 마치고 페리에 탑승

베인브릿지 섬에 도착과 함께 올림픽 국립공원의 일정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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