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렌체와 노스트라다무스... 알쓸신잡을 보다가.

잉? 재미있게 보고 있는 알쓸신잡 시즌 3에서 내가 좋아하는 피렌체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노스트라다무스 이야기를 꺼낸다. 작가들이 엄청 공부를 많이 했다는 것과 한국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신과 함께, 도깨비 코드를 연결지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작가들이 시간 관계상 풀어내지 못했던 이야기를 좀 더 하고 싶어 이렇게 몇자 더 끄적거리고 있다.

그 대단한 메디치 가문이 몰락할 즈음에 로렌조 메디치의 딸로 태어난 카트린느. 어릴때는 아파서 생사의 갈림길에서 오락가락. 조금 더 커서는 피렌체 폭동때에도 수도원에 숨어 있다가 도망을 치기도 하지만 작은 아버지 교황 클레멘스 7세의 주선으로 14살 되던해 프랑스 왕가로 시집을 가는데 그때 요리사와 식솔들을 대거 대동하여 이태리 요리, 향수, 하이힐 그리고 마카롱을 전수한 여인이다. 그 당시 프랑스 궁에서는 포크조차 쓰지 않고 있었다고 하니 그 당시 프랑스 상황이 어떠했을지 대략 추측이 된다. 어찌되었건 카트린느가 데리고 온 이태리 요리사들이 물이 부족한 파리에서 물을 쓰지 않는 프랑스 요리를 만들었고 하이힐은 화장실이 없던 프랑스 궁에 없어서는 안될 신발이었고 마카롱도 이 분이 프랑스에 소개한 아이템이라는 것. 거기다가 향수 스토리만 해도 그렇다. 물론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이집트 문명에서도 허브를 태워서 종교 의식에 사용을 했다고는 하지만 종교목적이 아닌 상업용으로 최초로 만든 것은 피렌체 산타마리아 누벨라 성당의 수도사들에 의해 치료용 약물을 만들다가 그 과정에서 만들어졌고 이 또한 카트린느를 통해서 프랑스로 전해졌다. 이때 조향사로 따라갔던 비양코가 파리에 향수 전문점을 개설한 것이 세계 최초의 향수 전문점이라고 한다. 카트린느가 세상을 이롭게 하려고 가져갔을리는 만무하고, 본인이 좋자고 가져갔던 것들이 계기가 되어 발전된 것이니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도내에서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고 즐거움에 감사하고 불편함에 타협하지 않고 끊임없이 해결하면서 살면 되지 싶다. 그러면 나도 행복하고 세상도 발전한다. 

이 아저씨와 카트린느와의 인연은 앙리 2세 초창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카트린느가 앙리2세 왕자시절 결혼을 했는데 앙리2세는 그 당시 이미 20살 연상의 유부녀 디안 드 푸아티에의 손아귀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앙리2세가 7살때 디안을 처음봤고 그 당시 앙리의 모친은 이미 사망한 상태였기에 앙리2세에게 디안은 모성과 여성을 동시에 갖고 있는 상대였을 것이다. 그 당시 디안의 나이 27세니까 한창때라고 해도 되지 싶다. 디안은 15살에 39살 나이가 많은 54세의 루이 드 브레제와 결혼을 한 상태였지만 앙리2세가 12살이 되는해 디안이 궁중 가정교사로 궁에서 공식적으로 함께 시간을 보냈으니 대충 상상할 수 있는 스토리가 전개된다. 어느 것이 먼저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이 당시에 디안의 남편이 세상을 떴으니 디안에게는 거리낄 것이 없었지 싶다. 그러니 메디치 가문이라고는 하지만 로렌초 메디치 이후 몰락하고 있는 집안의 이탈리아에서 온 카트린느는 왕의 가정교사이자 애첩인 디안의 상대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카트린느에게는 두명의 스승이 있었는데 한명은 군주론을 선물한 마키아벨리고 또 한명은 노스트라다무스다. 카트린느는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노스트라다무스를 찾았는데 결혼해서 한참이 지나도 아이가 없자 그를 찾아서 조언을 구한다. 노스트라다무스는 예언가이전에 몽펠리에 의대를 졸업한 의사이기도 했다. 앙리2세의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노스트라다무스는 앙리2세가 디안한테 모든 정(精)과 열(熱)을 다 쏟아부으니 카트린느한테 아이가 생길리가 없음을 알고 침실의 마키아벨리적 비방(秘方)을 알려준다. 보통의 경우라면 받아들일 수 없는 비방이었으나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거의 외우다시피한 그녀인지라 정치적으로 뿐만아니라 가정적으로도 너무나도 절박한 상황이었기에 별다른 거부감없이 받아들였다고 한다. 아무튼 그 비방이 효과가 있었는지 그때부터 11년 동안 10명의 아이를 낳고 10명중에 3명의 아들은 왕이 되고 딸은 왕비 (여왕 마고)가 된다. 

노스트라다무스 이야기를 조금 더 하자면 앙리 2세가 38세 되던 1557년 자신의 운명이 궁금하여 노스트라다무스를 불러 운명상담을 하는데 노스트라다무스는 왕의 죽음에 대한 예언을 고사한다. 너무나도 당연하다. 하지만 몇번의 고사에도 불구하고 미리 알고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다는 취지로 끊임없이 물어보는 통에 하는 수 없이 예언을 알려주었다는데 그게 2년 뒤에 있을 마상창투 시합에서 창에 눈을 찔려 말에서 떨어져 죽게 된다는 거였다. 그래서 노스트라다무스는 어떤 경우에도 마상창투시합은 하지 말라는 당부를 하고 파리를 떠난다. 그 후 앙리2세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고 노스트라다무스의 경고는 아마도 잊혀졌을 것이다. 1559년 스페인과의 정략결혼에 성공하여 자신의 딸이 스페인 국왕 펠리페 2세와 결혼을 하는 축하파티장에서 술에 만취한 상태에서 자신의 경호원에게 마상창투시합을 하자고 했다. 요즘으로 치면 음주운전 상태로 카레이싱을 한거다. 항상 예나 지금이나 과도한 술이 문제다. ^^ 이때 카트린느의 나이가 앙리2세와 동갑이니 40이었는데 앙리 2세가 그 자리에서 죽자 디안 드 푸아티에는 멀리 떨어진 곳에 있다가 카트린느가 있는 곳으로 한걸음에 달려와서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며 살려달라고 애원을 했다고한다. 그 당시 디안 나이가 60이다. 앙리2세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무조건 카트린느에게 살려달라고 빌라는 조언을 받지 않았다면 나이 60에 그렇게 권력의 실세로 살다가 관중석 다른 곳에 있다가 달려와서 그랬을리가 없지 싶다. 그게 아니라면 디안도 군주론을 읽었거나... ㅎㅎ 덕분에 디안은 그렇게 나쁜짓을 하고도 목숨을 건지고 재산도 상당부분 유지한채로 고향으로 내려갔다고 한다. 아무튼 카트린느는 그때부터 30년간 마키아밸리의 군주론을 현실정치에 적용을 하게 되는 첫 케이스를 만든다. 그 와중에 카트린느가 1572년 위그노 대학살을 저지르게 되어 마키아밸리 군주론은 나쁘다고 하는 이미지를 확실하게 만들게 된다. 영화 여왕마고는 위그노 대학살 당시를 소재로 영화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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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광불급(不狂不及):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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