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서 1박 2일 - 짧지만 긴 여행

빅서 (Big Sur)

호주 시드니를 다녀온지 한달도 되지 않았는데 또 사진이 찍고 싶어진다. 멋진 풍광을 보고나면 흔히 있는 일이려니... 했는데 그런 막연한 생각을 구체적인 계획으로 바꾼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다. 인터넷을 둘러보다가 어느 여행사진 작가의 사이트를 우연히 들어갔는데 그곳에 나와있는 사진들에 훅~ 끌려버린다. ㅎㅎ 그분의 빅서 포토 GPS 포인트 안내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더불어 AEB(Automatic Exposure Braketing) 라는 자동노출브래킷팅 소개도 한몫 했다. 그래도 선뜻 짐을 싸기에는 무언가가 부족하여 우물쭈물... 하지만 이미 캘리포니아 서부해안의 멋진 풍광을 담은 사진의 GPS 포인트를 구글맵에 저장하고 있더라는... ㅎㅎ 그리고는 이미 일정을 짜고 있다. 비행기를 알아보니 직항이 있기는 하지만 인당 500불. 좀 비싸고... 차로는 안 막히면 5시간 500키로... 좀 멀고... 가서 돌아다니는 거리까지 합치니 1200키로, 삼천리... 무슨 자전거 브랜드도 아니고 이 나이에 삼천리를 운전해서 다녀온다? 거기다가 그곳은 통신두절 지역이라서 전화고 인터넷이고 아무것도 안된다. 그리고는 인터넷 브라우저를 닫았다. 하지만 채 하루도 되지 않아 다시 또 구글맵을 만지작 거리고 있다. 그 멋진 풍광이 계속 떠올라서 그냥 있을 수가 없다. 저 사진을 찍고 싶다는 생각이 드니 방법은 하나 둘씩 생겨나기 시작한다. 그러고 보면 핑계와 방법은 같은 얼굴 다른 표정...^^ 비행기가 비싸면 차로 가면 되고 차가 막히면 좀 일찍 출발하면 되고 통신 두절지역인 것은 지도를 다운받으면 되고... 

그래서 이번 사진 여행은 빅서(Big Sur)로 정해졌다. Sur는 스페인어로 남쪽이라는 뜻이라고 하니 큰 남쪽이라는 의미. 원래 El Sur Grande 라고 불렸다고 하는데 그란데를 빅으로 미국식으로 바꿔서 빅서라고 부르고 있나 보다. 영국의 빅벤처럼 말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사진 여행이라 여행을 하면서 사진을 찍는 것이 아니고 사진을 찍으러 여행을 가는 첫 일정이다. 여행 사진은 여행 일정을 맞추면 되지만 사진 여행은 사진에 일정을 맞춘다. 지도에 포토스팟을 정해놓고 시간의 변화에 따른 순서도 정하고 나중에 노을이 질 때 어디서 삼각대를 펼쳐야 할지도 미리 지도상에 표시를 해 놓는... 준비단계부터 사진을 찍을 생각만 하는 여행이다. 그렇다고 해도 왔다리 갔다리 날뛰면서 다닐 수는 없으니 북쪽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면서 찍을 것인지 남쪽으로 먼저 내려가서 올라오면서 찍을 것인지... 정도는 미리 정해야한다. ㅎㅎ 

정신없이 달려 몬터레이에 도착하니 점심시간.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으니 간단하게 점심식사후 인증샷 몇개 남기고 다음 좌표로 이동. HDR로 작업했는데 사진파일 하나가 400메가가 넘는다. 헐~ 그래서 포토샵 작업은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파일 사이즈가 커지지 않게 작업하는 것도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걸 새삼 느낀다... 

일단 끼니는 해결했으니 바로 출발하여 도착한 곳이 첫번째 좌표 포인트 로보스 주립공원. 이번 일정중에 유일하게 돈을 받는 곳이었는데 차량당 10불. 상당히 비싼편이다. 두번째 좌표 차이나코브가 입구가 다른 줄 알고 그냥 나왔다가 다음날 돈을 또 주고 들어갔는데 돈아까워 죽는줄...ㅎㅎ GPS 좌표를 찍으니 좋은 점은 구경거리가 많지만 여기저기 기웃거리지 않아서 시간을 아껴서 이동할 수 있다는 것과 차에서 내려서 걸어갈때도 방향을 제대로 찾아가고 있는지 알 수가 있어서 좋다.  

제일 기대가 큰 지점이었는데 하늘이 도와주지 않으니 땅에서 물에서 아무리 변화를 줘봐도 사진이 시원치 않다. 빅서에서 본 바다 중에서 제일 소용돌이와 물보라가 많은 지역이었으니 아쉬움도 컸다... 파도도 거칠고 사진도 거칠다. 물보라가 저리도 많은데 사진의 느낌이 편안해서야... 그래서 그냥 거친 느낌 그대로 두는걸로... ㅎㅎ

20분 정도 남쪽으로 이동하니 파란하늘이 열린다. 태평양의 거센 파도와 바람을 맞으며 형성된 기암절벽 해안선. 자연보호와 안전을 위해 더 이상 내려갈 수가 없다. 딱 몇발짝만 왼쪽으로 이동하고 싶은 마음을 누르며 다시 남쪽으로 이동. ㅎㅎ

미국 영화나 드라마에서 자주 등장했다는 이유로 미국사람들에게 공감과 사랑을 많이 받는 빅스비 다리(Bixby Creek Bridge). 저녁 노을 사진으로 사진의 각도상 해를 담을 수는 없지만 다리에 반사된 저녁 노을이 예뻐서 많은 사람들이 매직아워가 되면 진을 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번 사진여행에서 마음에 드는 사진 한장을 뽑으라면 이 사진. 산에서 내려온 물이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모습이 평화로워 보인다. 담수(淡水)와 해수(海水)의 만남... 그리고는 저 멀리 구름인지 해무(海霧)인지 적당한 두께와 색깔로 분위기를 맞춘다. 

이제 첫째날 사진 여행의 마지막 코스인 가라파타 주립공원. 저녁 선셋타임에 맞춰서 해안가 식당을 예약해 놓았다. 물론 노을 사진을 찍기위해서. 하지만 오늘은 수평선이 너무 자욱한 것이 하늘이 도와주지 않을 것 같으니 식당가기전에 최대한 풍광을 담아보려고 이곳을 들렀다. 입장료가 없어서 더 이쁘다. ㅎㅎ 


구름이 수면위에 내리깔려 있는 것이 노을은 물건너 갔다. 그러면 지금이 매직아워지 매직아워가 따로 있나? 카메라를 바로 태양을 향해 들이댄다. 찍으면서 보니 태양의 후예라는 드라마가 생각난다. 미국애들은 미국애들대로 한국사람은 한국사람 저마다 각자의 기억속의 아름다운 모습을 떠올리며 행복해 한다. 

간조와 만조의 차이에 따라 여기도 오륙도가 되겠구나 싶은 생각도 든다. 어짜피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니깐... ㅎㅎ

꿩대신 닭. 석양대신 빛내림... ㅎㅎ

이번 사진 여행을 준비하면서 큰 애한테 조리개와 셔터스피드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해주고 한번 찍어보라고 했다. 유튜브를 보면서 공부도 하고 약간의 연습을 하고... 아무튼 오늘은 그녀석 사진 머리 올린 날. 24미리라서 풍경을 담기엔 화각이 좁았는지 풍경에다가 인물을 같이 담았다. 여기서부터는 큰놈 사진기에 담긴 장면들. 

큰놈 카메라에 담긴 태양의 후예 클로즈업 버전. 그 녀석도 태양의 후예를 본거다. ㅋㅋ

출발할 때는 오후 내내 사진을 찍을꺼냐고 하면서 심심해서 어떻하냐고 걱정하던 녀석이 카메라 맛을 알아가기 시작하는지 재미있다고 한다. 음악을 해서 그런지 감성을 타고 난건지 사진에 그런게 묻어 나오는 걸보면 각자 타고나는 그 무언가가 있음은 틀림이 없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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