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프 거쳐 레이크 루이스 도착

밴프 & 레이크 루이스

연결 비행기편이 늦게 오는 바람에 공항에서 1시간30분 정도 시간이 생겼다. 여행을 하다보면 흔히 있는 일. 여행을 하면서 가급적 하지 말아야할 것이 3가지있다. 첫째는 마냥 (미래의 다가올 시간을) 기다리는 것. 그러면 짜증을 곁에 두게 된다. 두번째는 (톨스토이가 그렇게 중요하다고 했던 지금 이 순간의) 시간을 흘려 보내는 것. 그러면 추억도 사진도 남는 것이 없다. 세번째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며) 그냥 참는 것. 마냥 참으면 참다가 끝난다. 무어라도 해 봐야한다. 무언가를 시도하면 가능성이 1%라도 생기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가능성은 0%. 비행기 연결편 기다리라고 주어진 그 시간도 소중한 우리의 시간. 즐거운 일을 찾아야한다. 행복(幸福)은 무언가를 함으로써 얻어지는 행복(行福)이니까.  

맥주 한잔에 감자튀김 한 접시. 작지만 확실한 행복. 맥주가 불편하다면 카메라를 들고 공항 풍경을 스케치하는 것도 좋다. 중요한 것은 내가 움직여야 한다는 것. 아무도 즐거움을 가져다 주지 않는다. 혼자 여행한다면 책도 좋은 친구다.

출발전 기상 체크. 해지는 시간이 밤 10시? 백야(白夜)? Say you say me… 학창시절 라이오넬 리치라는 미국 가수가 백야라는 영화의 주제가를 불렀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영화는 기억이 나지 않고 노래 멜로디만 남아있다. 까만밤을 하얗게 지새우는 것이 아니라 그냥 밤이 낮처럼 환해서 그리 불린다. 그 시절에는 북극쪽에 가까이 가야만 백야현상을 볼 수 있는 줄 알았는데 이제보니 여름에 위도가 높은 곳으로 올라가면 어디서나 백야다. 북유럽, 러시아, 캐나다… 등등

88년도 동계올림픽 개최 도시 캘거리. 88 서울 올림픽과 같은 해에 개최하여 우리에겐 더 친근하게 느껴지는지도… 이때까지만 해도 동계올림피과 하계올림픽이 같은 해에 열렸는데 하계와 겹치는 일정으로인해 동계가 주목을 받지 못하자 1990년에 회의를 열어 하계 사이에 동계를 편성하여 2년마다 올림픽이 열리도록 조정을 한다. 그래서 1992년 알베르빌 올림픽이후 96년을 건너 98년에 나가노에서 동계 올림픽을 개최한다. 물론 알아둬도 쓸데 없는 이야기다. ^^

도착하니 시간이 시차 포함하여 이미 밤 12시가 넘었다. 캘거리 공항 근처에서 1박을 하고 다음날 캘거리에서 회사동료 가족과 브런치를 하고 밴프로 출발. 브런치 식당의 예사롭지 않은 음식 또한 캐나다 여행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앨버타주는 영국의 지배를 받기는 했지만 음식은 캐나다 동부를 지배했던 프랑스의 영향을 받아서 그런지 전체적으로 만족할만한 수준이다.

캘거리에서 밴프까지 1시간 30분. 그리고 밴프에서 레이크 루이스까지 1시간. 비내리는 캘거리를 뒤로 하고 밴프로 출발한다. 구름의 스케일이 예사롭지 않다. ^^

달리는 차창 옆으로 어디서 많이 보던 풍경이 펼쳐진다. 윈도우 98 바탕화면같다. 한여름 캐나다는 지역마다 날씨가 달라도 너무 다르다. 하지만 뒤로 갈 수도 옆으로 갈 수도 없는 일. 그리하여 직진… 폭풍속으로.

미리 일기예보를 확인한 덕분에 우비 우산 그리고 카메라 레인커버까지 준비한다. 비가 와도 즐겨야하니까… 오랜시간 준비해온 여행인데 날씨탓을 하며 여행을 망칠 수는 없다. ^^

밴프에 도착하여 하늘을 보니 비가 내린 탓인지 이미 쌀쌀해진 날씨에 전망대에서의 멋진 풍경은 이미 물건너 갔다. 그래도 곤돌라를 미리 예매했으니 일단 탑승이다.

그런데 이게 왠 일? 중간에 날이 개이길래 지금이 기회다 싶어 서둘러 타고 올라갔는데 올라가면서 다시 빗방울 뚜둑뚜둑~~ 꼭대기에 내렸더니 주룩주룩~~ ㅋㅋㅋ 결국 빗발이 눈발로 바뀐다. 혹시가 역시다...^^

구름이 사방을 뒤덮어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상황. 준비해온 우산을 펼치고 따끈한 코코아 한잔으로 몸을 녹이면서 비구름이 자나가길 기다린다.

밴프 시내 전경

30분 정도 지나자 신기하게도 하늘이 서서히 밝아진다. 비 개인 풍경에 황홀하고 록키의 눈부신 추억 한페이지를 담을 수 있어 행복하고 감사하다.

케스케이드 가든

외국에 나가면 다운로드 받아서 저장해놓으면 LTE가 작동하지 않고 데이타 로밍을 하지 않아도 되는 구글맵의 기능이 있다. 미리 미리 지도를 다운 받아 놓고 다니면 좋다. 구글맵을 켜고 다음 목적지 케스케이드 가든으로 이동. 워낙 호수가 많은 곳이어서 물을 소재로 정원을 꾸며놓았지 싶다. 

보우강

활처럼 구불구불하게 생겼다고 보우강이다. 유량이 많고 유속이 빠르니 그냥 흘러가는 법(法)은 없다. 물이 흘러가는 것이 법(法)이다. 바위동네답게 사진 왼편에는 벽돌을 쌓은 듯 주상절리같은 돌기둥이 기울어져있는 모습도 또 다른 볼거리.   

AAA 등급의 소고기로 유명하다고 꼭 먹어봐야한다는 캐나다산 소고기. 어찌 확인하지 않을 수가 있으랴… 스테이크도 프렌치의 영향을 받은건지 풀먹인 소라서 그런건지… 육즙이 주는 즐거움은 과연(果然) 명불허전(名不虛傳)이다. 

저녁을 마치고 레이크 루이스로 출발! 비가 오는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저녁 8시에 이정도로 밝으니 이것이 백야로구나. 덤으로 얻는 여름 북반구 여행의 즐거움. 밴프 국립공원에는 고속도로를 따라서 곰이나 사슴이 건너 다닐 수 있는 구름다리를 만들어 놓고 길가에는 펜스를 놓아서 사고를 원천적으로 방지한다. 사람과 동물 둘 다를 위해서…

3년을 기다려서 마침내 도착한 레이크 루이스. 와우~ 와우~ 산과 하늘과 호수의 완벽한 조화와 균형에 압도되고 크기와 가깝기의 깔끔한 황금비율에 감동하면서 사진 찍기와 눈으로 보기를 반복하며 넋이 빠진다. ^^

이 느낌... 오랫동안 남을 것 같다... 비가 와서 주위에 아무도 없는 적막감이 좋고 소리없이 내리는 빗방울이 호수면에 닿음이 곱다. 이제서야 지기 시작하는 노을빛이 물 빛과 어우러져 번지는 그 찰나를 놓칠까봐 호수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날이 적당해서…

비가 와서…

날이 좋아서... 빛나는 추억. 레이크 루이스에서의 첫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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