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레인 레이크와 에메럴드 레이크
오늘도 오후까지는 계속 비가 온다는 일기 예보다. 항상 관광객들로 붐벼 길 입구부터 차량 수를 통제해서 들여 보낸다는 모레인 레이크에 도착. 열개의 산봉우리를 보기 위해 주차부터 한참을 기다려야 하지만 오늘은 비가오는 관계로 막힘 없이 그대로 통과. 가끔은 비가 와서 좋은 일도 있다. ㅎㅎ
해발 1, 885미터니까 거의 한라산 백록담 수준까지 올라온 셈. 멀리 뒤에 보이는 산들은 거기서 또 올라갔으니 높이가 상당하다. 10개 봉우리중에서 제일 높은 봉우리가 3,424미터. 많은 분들이 하이킹을 추천하지만 다행하게도 비가 온다. ^^
이름은 이름일 뿐이지만 그래도 모레인이 어떤 뜻인지는 알고 넘어가야지 싶어 찾아보니 빙하가 녹아서 생긴 돌멩이 바위 진흙 등의 퇴적물이 모인 것을 가르키는 말이다. 사진에 보이는 저 언덕같은 것이 모레인이라는 얘기고 모레인이 호수를 버티면서 막고 있으니 모레인 레이크라고 불렀나 보다. 사진에 보이는 뗏목같은 나무들은 사진 찍기 좋으라고 누가 갖다놓은 것이 아니라 자연이 만들어놓은 그야말로 자연이었던 것.
구름이 낮게 깔려서 아쉽게도 위풍당당한 그 풍경을 다 볼 수는 없지만 빙하속의 암석가루가 섞여 들어와 빛의 굴절작용으로 청록색을 띄고 있다는 호수빛과 떠내려온 통나무의 잔재들이 주변의 거대한 설산과 어우러져 그 기세가 아주 등등하다. 비가 오는 와중에도 풍경을 즐기고 사진을 남길 수 있어서 그 또한 다행.
요트를 즐기는 것도 좋겠지만 비가 오니 일단 피하는 걸로... ㅎㅎ
모레인 레이크에서 북쪽으로 한시간 가량을 달려 도착한 에메럴드 레이크. 호수빛깔이 에메랄드와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새벽에 그 빛이 가장 아름답다고 하는데 흐린 오늘도 그 빛깔은 흠잡을 구석 없이 완벽하다. 아마도 빛이 강하지 않을때 가장 색을 잘 볼 수 있다는 얘기지 싶다. 많은 이들의 버킷 리스트에 올라 있다는 카누 타기. 딱히 그거 말고 다른 것을 할 것도 없으니 주저없이 보트로 이동.
청록색이 선명한 호수 주변의 모습
카누에서 바라본 에메럴드 레이크 입구 전경
록키 마운틴 아니랄까봐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피면 멋들어진 장군봉 하나 정도는 호수의 수호신으로 갖고 있다.
오늘의 수지맞은 곳. 길 가 작은 주차장에 버스 몇대가 서 있길래 시간도 여유가 있고 해서 별 기대 없이 차를 그냥 세웠는데~ ㅎㅎㅎ 내츄럴 브릿지.. 인간이 만든 다리가 아니라 자연이 만든 다리. 비가 와서 그런지 유속이 장난이 아니다. 급류타기 좋아하는 분들도 이건 좀 곤란하지 싶다.
비디오속의 오디오는 노이즈가 아니라 급류가 빠져나가는 소리다. 이순신 장군의 명량 해역이 이랬을까 싶다. 그날 그곳… 소리를 듣고 있으니 긴장감에 온몸이 쫄깃쫄깃해진다.
다리는 이렇게 생겼다. 그래도 약간 끊어진 다리사이로 사고날까봐 길은 막아 놓았다. 역시(亦是) 안전제일.
저 틈새를 빠져나와야하니 바위가 물의 힘에 밀릴만도 한데 그게 그리 쉽지는 않아 보인다. 왜냐하면 저만치 뒤쪽에 사람이 서 있는 곳부터 물이 빠져나가는 이곳까지 전체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통바위. 하지만 세월이 지나면 언젠가 바위 어딘가에 금이 갈지도 모르고 그러다가 다리 한쪽이 물에 쓸려 내려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수적천석(水滴穿石)이고 우공이산(愚公移山)이다.
저녁먹으러 밴프로 이동하면서 잠시 휴게소에 들렀다. 유량이 많으니 물도 뱀처럼 활처럼 휘어져 흐른다. 가보지는 못하고 사진으로만 본 중국 황하의 모습이 이런가하는 생각을 하다보니 자연스레 오늘 저녁 메뉴는 중국음식으로 당첨. 칭따오 맥주 한잔에 여행의 즐거움은 커져간다.
간이 휴게소 건너편 바위산 풍광에 기가 막힌다. 화장실 다녀오면서 보게 되는 풍경치고는 가성비가 높다. 여기도 수지 맞았다. ㅎㅎ 캐나다 밴프 국립공원에서의 두번째 날이 깊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