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트 디즈니 콘서트홀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

(Walt Disney Concert Hall)

미국을 바꾼 10대 건축물에 이름을 올린 LA의 명물 월트 디즈니 콘서트 홀. 1987년 디즈니 미망인의 5천만불 (한화 약550억)의 기부로 16년의 긴 이야기가 시작된다.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가 콘서트홀 6개에 5700석이 넘는 규모에 공사비가 1억불 (약 1,100억원) 정도였으니 개인이 전체 예산의 절반정도를 기부했다면 이런 종류의 기부 건축에서는 전혀 문제가 없는 출발이다. 제안을 받아들인 LA시에서는 1단계로 지하 주차장 공사를 마무리하고 2단계로 지상 건축물을 기부금과 기타 자금 조달로 충당할 요량으로 공사를 시작하지만 내진설계와 지하철 특수 방음시공으로 인해 지하 주차장에만 1억불 넘게 비용을 투입하게 되면서 재정이 흔들리게 된다. 게다가 홀 아래를 관통하는 메트로 공사에서도 초저음 터널설계로 인한 예산이 추가되다 보니 일단 공사는 중단되면서 원래 돌(stone)로 외벽을 처리하려고 했던 기존 계획도 스테인레스 스틸로 변경. 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자금으로 공사를 재개하지 못한다. 시에서 채권을 추가 발행하지도 못하고 교착상태에 빠진 즈음 1996년 엘라이 브로드라는 귀인이 등장하여 자금 모집을 다시 시작. 3년뒤 공사에 착공하고 그로부터 4년뒤 2003년 완공한다. 무려 2억7천4백만불 (약 3,000억원)을 투자했는데 그 중 부족 자금 충당을 위해 디즈니 패밀리와 월트 디즈니 회사에서 5천만불을 추가했으니 그들의 기부금만 1억불이다. ^^

그 비싼(^^) 지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올라오니 위풍당당 디즈니홀이 보인다. 스페인 구겐하임 미술관을 설계한 프랭크 게리의 작품. 배와 돛이 바람에 부풀린 모습을 형상화했다. 한가운데 윗부분이 배를 닮았고 그 아래로는 그 배를 감싸고 있는 작은 배와 부풀린 돛의 모습이 보인다. 예정대로 돌로 외장 마감을 했으면 현대적인 디자인에 자연미의 운치까지 더해서 온고지신(溫故知新) 금상첨화(錦上添花)였을 것 같기는 하다.

By WTTW.com

디즈니홀 내부를 이해하기 위해 가져온 투시도. 원래 프랑스에서 전투기 설계를 위해 개발한 프로그램. 바람에 부풀어진 모양을 실제 건축할 수 있도록 하기위해 프랭크 게리가 가져다 쓴다. 도구(道具)란 원래 정해진 용도는 없다. 최초의 용도만 있을 뿐. 목적에 따라 도구를 이용하면 되는거다. 프랭크 게리는 설계하는데 쓰고 우린 내부를 들여다보는데 쓰면 그만이다.

입구 오른편으로 와서 보니 배 모양은 온데 간데 없고 바람에 부풀린 돛의 모양이 보인다. 프랭크 게리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부풀린 스테인레스 지붕 .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도 배의 모습을 닮았고 실내홀은 고래 뱃속같은 느낌을 주더니 디즈니 홀도 배(ship)와 항해(sailing)가 주제를 이룬다. 아무래도 음악이 낮보다는 밤이 더 어울리고 남성적이기 보다는 섬세한 면이 많아서 그렇지 싶다.

디즈니 홀 초기 습작. 항상 이렇게 시작은 미미하다. 미미한 그 한발 내딛기가 그렇게 어렵다. 이 그림을 그리기까지 얼마나 많은 구상을 했을까 상상해본다.

By Daniel Hartwig from San Mateo, CA, USA

콘서트 홀 내부 모습. 한가운데 자리잡고 시선을 끄는 파이프 오르간. 알고보니 저 놈도 사연이 한바가지. 콘서트홀 설계와 어쿠스틱(음향시설)은 나가타 미노루라는 일본 최고의 어쿠스틱 컨설턴트가 맡고 진행을 했는데 중간에 약간의 우여곡절을 거치고 최종 음향 마무리는 나가타의 후배인 토요타 야쓰히사가 하게 된다. 그리고 파이프 오르간은 토요타 미국법인이 기증. 음향을 마무리한 토요타와 자동차회사 토요타가 관계가 있는지 확인은 할 수 없지만 알고 있는 토요타의 문화에 비추어 볼 때 아주 가까운 친척관계이지 싶다. 토요타자동차 회사는 받은 것이 있으면 일부 돌려주고 주는 것이 있으면 일부 돌려 받으면서 함께 살아가는 문화를 관례로 가지고 있다 한다. 어쨌거나 함께 사는 문화는 좋은거다.

콘크리트 철근 정도로는 내진설계가 충분하지 않았는지 아예 H빔을 넣었다. 2,000명 이상을 수용하는 공연장이라 그 규정이 까다롭다. 사실 샌 안드레아스 지진대는 멀리 떨어져있고 다운타운은 미세한 지진대도 없기에 고층 건물을 지을 수 있게 허가를 해주고 있다. 물론 흔들리기 시작하면 지진대 상관없이 전부 다 흔들린다. ^^

빨간색으로 표시된 것이 지진대. 굵기는 세기 표시다. 이런 빨간색이 보이는 곳은 건축법상 사람이 일정시간 이상 체류하는 용도의 건물은 허가 자체가 나지 않는다. 오로지 도로 또는 기타 시설 장치만 가능하다. 그러니 지진이 나면 이 지진대는 땅이 깊게 갈라지니까 차를 타고 도로 위에 있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 제일 안전한 곳은 주거지 또는 사무실 빌딩이니 참고하자.

또 다른 실내 분위기 사진 한장. 전형적인 모던한 느낌의 목조 마감이다.

포츈지 선정 부자 순위 65위 자선사업가 엘라이 브로드가 모금을 하고 자금도 지원하여 디즈니 홀 건립을 돕고 12년 뒤 본인은 바로 옆에 더 브로드 뮤지엄을 짓는다. 입장료가 무료. 전시 작품이 2,000여점이 넘는다니 조만간 방문 일정을 잡아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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