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크 루이스 셋째날

레이크 루이스 셋째날

날이 맑으니 감사하다. 머무는 내내 비가오고 천둥이 칠거라는 예보였는데 푸른 하늘을 보여주니 이럴땐 예상은 빗나가라고 있는거라고 우겨도 된다.

호수 저편 소실점의 신비를 찾아 레이크 주위를 따라 도는 트레킹 코스다. 그래봤자 왕복 2시간. 정면에 빙하로 덮힌 산이 빅토리아 마운틴. 빅토리아 여왕이 루이스 공주의 엄마니까 어찌보면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그래도 이름에서 스토리가 흘러가니 좋다. 스토리가 되었건 물이건 길이건 뭐든 흘러야한다. 막히면 안된다.

갑자기 흐려지며 약간의 빗방울도 좀 뿌리고~  이런... 오늘은 우산도 안가져 와서 비가 더 많이 오면 곤란하다. 비가 곤란한 것이 아니라 준비되지 않은 비가 곤란한 것이다. 세상일이 다 그렇다. 준비하지 않은 변화를 만나게 되는 것. 그걸 봉변(逢變)이라고 한다. 다행하게도 잠시 기다렸더니 비가 그친다.

출발하기전부터 레이크 루이스 호수주변 트래킹 코스를 가서 이 정도 위치에서 하늘을 보며 가문비 나무의 소실점을 사진으로 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신기하게도 그 즈음에서 나무들의 소실점 사진을 잊지 않고 찍을 수 있었으니 다행이다. 

레이크 루이스의 호위무사 페어뷰 마운틴. 호텔쪽에서 호수를 바라보면 왼쪽에 버티고 있는 산인데 이렇게 다가와보니 남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바위산과 호수… 참 잘어울리는 편안한 궁합이다.

이제 반쯤 왔나보다. 무지개 끝에 묻혀있는 신비한 보물항아리를 찾아간다.

왔던 길을 뒤돌아보니 또 다른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고~ 가고 있는 길도 이미 지나온 길도 모두 아름다워서 자꾸만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양쪽을 보게 된다. 저 멀리 보이는 호텔이 페어몬트 샤또 레이크 루이스. 도깨비라는 드라마에 나왔던 퀘벡의 호텔도 페어몬트 르 샤또 프롱뜨낙이라는 같은 페어몬트 계열의 호텔이다. 같은 페어몬트 계열이라도 어떤 호텔은 샤또가 붙고 어떤 호텔은 붙지 않는데, 예를 들어 밴프에 있는 페어몬트 밴프 스프링스에는 샤또가 이름에 붙지 않는다. 호텔에 와인 저장고가 있으면 샤또를 붙이고 없으면 붙이지 않으니 밴프 호텔에는 와인 저장고가 없다는 얘기겠거니…하면 된다.

몇발짝 더 들어왔는데 심산유곡(深山幽谷) 아주 먼 길을 떠나온 듯한 느낌이다.

이분들은 복장을 보아하니 오른편 산 정상에 있는 미러호수와 아그네스 호수까지 다녀올 요량이지 싶다.

이제 거의 다 왔다. 미지의 세계로 느껴지던 곳이 눈 앞에 나타나고 있는 그런 느낌? ^^ 콜럼부스가 신대륙을 발견했을때 이랬을 거라고 너스레를 떤다.

도데체 물에 뭘 타서 먹길래 바위산 위에서 저놈들은 저렇게 쭉쭉 자라고 있는건지...^^ 아래에서 올려다보니 키가 더 커보인다. 

이제 다 왔다. 무지개 끝에 묻혀있다는 보물항아리. 어딘가에 아마도 그리고 반드시 있을게다. 단지 땅을 파지 않을 뿐…^^

신들이 사는 곳이 맞다. 이곳에서 바라본 세상은 반대편에서 바라본 모습과는 달리 신비로움은 없고 그저 평화롭고 아름답다. 그래서 신들도 인간세상이 궁금하여 내려오고 싶어하는지도 모르겠다. 이곳에서 그렇게 한참을 보물항아리에 담을 추억을 만들었다. 

비가 와서 제대로 보지 못했던 곳들과 흐린 날씨로 인해서 제대로 담지 못한 풍경이 아쉬워 밴프로 다시 이동한다.

유황 온천수가 나온다는 케이브 앤드 베이슨(Cave and Basin). 예전에 캐나다 횡단 철도 공사할 때 유황 온천을 발견하여 이 곳에서 온천수 비지니스를 했다고 한다. 그래서 개인 사유지처럼 되었다가 국가에서 공원화하려니 약간의 다툼은 있었지만 결국 밴프를 캐나다 정부에서 인수하여 제 1호 국립공원으로 만든 역사를 가진 곳이다. 오른쪽에 보이는 산이 밴프 시내에서 보이는 스노우 피크 마운틴.

유황 온천이라는데 그 옛날 치료효과가 좋아서 사람들한테 인기가 있었다. 워낙 추운 곳이고 겨울에 몸을 녹일 곳이 없었던 이곳 사람들에겐 고마운 곳이었지 싶다.

초창기에는 입구가 따로 없어서 이 구멍으로 사다리를 타고 내려와서 온천욕을 즐겼다고 하는데 유황 냄새가 코를 찌른다.

지금은 입구도 이렇게 막아놓고 온천수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서 물에 손도 담그지 못하게 한다.

케케한 유황냄새를 맡고 올라왔더니 출출하다. 캐나다 지인이 추천해준 스테이크하우스(KEG)로 출발. 손잡이 달린 탁구채 크기만한 립아이 본인 스테이크. 캐나다 AAA 등급이라고 하니 밴프 머스트두 (Must Do) 리스트에 항상 올라와 있다

이제 든든하게 배도 채웠으니 엊그제 들렀던 케스케이드 가든으로 이동.

어라?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모습? “두드리지 마라. 문은 열려있다” 오쇼 라즈니쉬의 책 제목. '그래서 어쩌라구요? 들어가야하는디유?' 속으로 그리 생각하면서 문을 보니 정말 잠겨 있지 않고 더군다나 밀어서 열라고 써 있기까지하다. 막혀있지 않은 길과 잠겨 있지 않은 문 앞에서 망설이지 말라는 이야기. ^^

여전히 해가 지지않은 저녁 7시 20분. (카메라 시간을 LA 시간에서 바꾸지 않아서 사진 표시 시간이 1시간 늦다) 날이 맑고 깨끗하다 못해 투명하기까지 하다.

분명히 어제도 왔었던 거리인데 어찌 이리도 다른지...^^

흐르는 강물에 비친 하늘과 구름이 고흐의 붓질같다. 한참을 바라보며 다리위에 서있기도 하고... 

영롱한 옥빛 강물과 호수, 높고 푸른 하늘, 곧게 쭉쭉 뻗어 빽빽하게 자란 가문비나무, 커다란 구름들, 그리고 캐내디언들의 자랑인 위풍당당 록키. 

왼쪽부터 오른쪽까지, 앞쪽에서 뒤쪽까지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다. 특별히 무엇을 해야한다는 서두름 조차 없어진다.

밴프에서 레이크 루이스로 돌아오니 백야 노을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다. 아마도 한동안... 아니 살면서 문득문득 이 모든것들이 그리워 질지도 모르겠다. 

힐링이었고 감동이었다. 그래서 행복했던 이번 여행... 이런 아름다운 경험을 가족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더 행복하다.

날이 흐려서...
비가 와서...
날이 개어서...
날이 좋아서...
더 많이 빛났던 레이크 루이스... 
이제 소중한 추억으로 고이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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