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으러 스키장으로
LA에서 1시간 30분거리에 미국답지 않은 조그만 스키장이 있다. 슬로프가 3개 있는데 1개는 스키 강습용이라 실제 슬로프는 2개. 예전엔 스키 타느라고 규모가 큰 스키장을 찾아다닌 적도 있었지만 사진 찍는데 규모가 무슨 소용. 날씨 좋고 사람 많지 않으면 그걸로 충분하다.
때론 간단한 것이 좋을 때가 있다. 지금이 그때다. 샌안토니오 마운틴 북쪽 경사면에 위치하고 있어 눈이 잘 녹지 않아 겨울철에는 스키장으로 활용한다.
크리스마스 이브라서 그런지 주차장에 차가 많지 않아서 좋다. 한눈에 스키장 전경을 다 담을 수 있는 미국에서 몇 안되는 스키장 중에 하나. 아마도 여기보다 더 작기도 힘들지 싶다. ^^
한적한 스키장과 리프트 의자. 한 겨울의 호젓함을 즐기는 스노우 보더와 스키어들.
눈이 무겁네. 파우더 스노우가 아니네… 가끔 그런걸 따지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날씨가 너무 푸근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주어진 여건에서 열심히 즐기는 사람은 언제나 있기 마련. 그 모습이 아름답다.
드론이라도 띄워서 찍은 것 같다. 적어도 리프트는 타고 찍은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사실은 주차장에서 망원으로 당겨서 오는 착시 현상. 경사를 가진 슬로프인데 주위환경을 다 잘라내고나니 땅을 평평하게 보려는 심리로 인해서 사진을 들여다 보고 있으면 자연스레 사진사는 공중으로 부양하게 된다. ㅋㅋ
눈으로 보는 것을 다 믿으면 안 되지만 특히 이런 사진은 더더욱 믿으면 곤란하다. 렌즈의 위치, 각도, 땅의 경사도 등이 난해한 사진이다. 멀리 있는 물체를 망원으로 당기거나 가까이 있는 것을 광각으로 밀어버리면 착시 효과 또는 주변부 왜곡이 증폭된다.
저 멀리 또 다른 스키장이 있는 산이 보인다. 빅베어 마운틴이 저 즈음이지 싶다.
선인장같아 보여서 다가가보니 다육이 종류는 아니다. 궁금해서 찾아보지만 구글도 만족한만한 답을 주지 못하고 네이버 지식인도 식물 이름 알려주는 앱에서도 연락이 없어 아직 이 놈의 이름을 불러주지 못하고 있다. 아시는 분께서는 연락 부탁드린다.
가까이서 보니 바람을 탈 준비와 언제 어디서건 달라붙을 준비를 마친 상태. 홀씨는 깃털보다 가볍고 가시 질기기는 도깨비 바늘이다. 그런데도 막상 들여다보고 있자니 한가닥 한가닥 디테일이 섬세하여 포근함마저 감돈다.
뒤돌아 볼 수는 있어도 되돌아 갈 수는 없다. 그래서 만들어진 오늘의 여행 궤적. 왔던 길로 되돌아간들 같은 길을 되돌아 갈 수도 없겠지만 역시 길은 앞으로 나아가야 제 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