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스엔젤레스 유니언 스테이션
애들 엄마한테 미국 법원에 배심원으로 출석하라는 소환장이 나와서 아침 일찍 법원에 내려주고 오다가 길을 잘못 들어섰다. 원래는 아침 햇살에 반사되는 월트 디즈니홀로 가려고 했으나 다운타운에서 길이 헷갈렸는지, 기차역이 나를 부른 건지 모르겠지만 암튼 이것도 인연이라 여기고 차를 세운다. LA온지 한참 되었는데 아직 한번도 안가봤으니 이참에 한번 둘러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이다.
이름이 유니언 스테이션. 외관은 거창함이라곤 없고 시골 간이역 느낌인데 안으로 들어가보니 그래도 나름 넓다. 미국 서부에서 가장 큰 기차역이란다. 왜 유니언인지 알아보니 기차역 2개를 합친 것. 거기다가 철도 회사도 3개를 통합했으니 유니언 맞네. ^^ 합병한 철도회사 이름중에 하나가 유니언 퍼시픽이라고 하니 이래저래 유니언 스테이션이 되었지 싶다. 일단 이름은 유래가 그런 것 같고... 여기서 출발하는 기차가 시애틀까지 가는 노선 (1,100마일/1,700킬로), 시카고까지 가는 노선 (2,000마일/3,200킬로), 그리고 하나는 뉴올리언즈까지 가는 노선 (1,800마일/2,900킬로)이 있다는데 한번 타보려고 해도 어느 한 곳 만만한 곳이 없다. 제일 짧은 노선이 시애틀까지라니…헐~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기차를 탈 일이 언제나 있을까 싶다. ㅎㅎ
기차역을 보니 미국에서 철도 시스템이 낙후된 어처구니 없는 이유가 떠오른다. 자동차 회사의 장기 생존전략 때문인데, 초창기 GM에서 장기적으로 GM의 가장 큰 경쟁자가 누구인지 컨설팅을 받아보니 포드나 크라이슬러가 아니고 철도라고 보고서를 받았단다. 그래서 그당시 미국에서 가장 큰 철도 회사 주식을 GM에서 매입하여 그 회사를 의도적으로 발전을 저해하고 망하게 했다는 이야기다. 그리하여 자연스레 철도에 투입될 산업자본이 도로 건설에 투입되고 자동차 회사는 폭발적인 수요증가에 힘입어 승승장구를 하게 되었던거라는 뒷이야기. 소비자의 불편함을 디딤돌 삼아 자동차 산업이 발전했던 거라는…
그런 이유로 철도가 빌빌대고 있었던 거라는데 최근 워렌버핏이 철도회사 주식을 인수하면서 철도가 제 2의 전성기를 맞이하려고 준비중이다. 그 와중에 엘론 머스크가 전기차도 모자라서 하이퍼루프까지 이야기하고 있으니 기존의 자동차업계는 워랜 버핏한테는 언감생심 말도 못하고 있던 차에, 엄한 엘론 머스크한테 분풀이하고 언론도 덩달아 난리다. 그들 입장에서 엘론은 전기차에 하이퍼루프라니 밉상중에 밉상. 엘론 머스크는 주주를 위해서 일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러니 적이 많다. 미국만을 위해서 일하지도 않고 아예 인류를 위해서 우주선을 띄우고 있다. 그 정도의 인물은 화성에 로켓이 착륙하고 화성 기지를 건설하는 그날까지 지구차원에서 보호해야한다. ^^
실내로 들어가보니 멕시코풍에 유럽 느낌을 가미했는데 찾아보니 건축가가 영국출신이다. 나름 로컬 분위기를 잘 맞춘듯하다. 대합실 천정 문양은 영국같기도 하고 이태리같기도 하고 아시아 분위기 같기도 한 것이 묘하다. 하기사 이태리의 많은 것들이 마르코폴로가 중국왔다가 가져간거니 오리지날을 따진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그래도 LA 포토스팟에 선정될 정도의 공은 들인 티가 나니 다행이다.
조만간 LA에서 하이퍼루프 기차를 탑승하게 될 그 날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