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래드베리 빌딩 (Bradbury)

브래드배리 빌딩 정면

LA 포토 스팟 검색하면 추천 1 순위가 브래드베리라고 하니 오늘 맘 먹고 길을 나선다. 

브래디베리라는 금광 재벌이 1892년에 설계를 시작했고 얼마 되지 않아 그 재벌은 세상을 떠나고 그로부터 몇개월 후 1893년에 빌딩이 완성된다. 100년이 지나서도 건물이 이름과 함께 남아 있으니 세상에 멋지게 흔적을 남겼다.

건물 외관은 지역 특성을 살림과 동시에 그 당시 유행하던 이탈리아 르네상스 복고풍을 따라 벽돌과 테라코타로 마감한 것인데 사실 이곳이 포토 스팟으로 유명한 이유는 건물 외부가 아니라 건물 내부에 있다. 이제 그 안으로 들어가보자.

Parisian Alley. 아치형으로 입구를 만들어 놓은 것이 보인다

입구 로비는 이른바 Parisian Alley라고 하는 파리의 좁고 어두운 골목을 컨셉으로 잡았다고 한다. 좁고 어두운 입구를 지나면 밝고 환한 건물 내부를 맞이하게 되는 컨셉이라는데 사실 이 빛의 반전 컨셉은 파리가 원조가 아니라 미켈란젤로가 설계한 이탈리아 피렌체의 라우렌치아나 도서관이 원조다. 어둡고 답답한 계단을 지나 도서관 문을 열면 지혜로 가득한 밝은 세상이 열린다... 말만 들어도 가슴이 설렌다. 언젠가는 한번 느껴보고 싶은 모멘트.  

아트리움 효과

과연(果然)… 어두운 입구를 지나 내부로 들어오니 햇살이 쏟아져 내려온다. 아트리움에서 들어오는 자연채광 덕분. 해가 떠 있는 동안은 건물 내부의 모습이 해를 따라 움직이는 그림자로 인해 한순간도 같은 모습이 없다.  

반대편에서 입구쪽 모습

영화 블레이드러너의 촬영지라고 하는데 현대식 건물치고 공(功)을 많이 들인 티가 난다. 양쪽 난간을 장식하고 있는 캐스트아연, 멕시코 타일 (건물주가 멕시코 금광 소유), 황갈색 벽돌, 이태리 대리석. 난간을 장식하고 있는 오크 레일 그리고 새장처럼 되어 있는 엘리베이터를 둘러싸고 있는 연철골조(연철은 탄소 함유량이 0.08%이하의 합금으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에펠탑도 이 연철로 만들어졌다. 말랑말랑하다고 우습게 보면 안되는 것 여기 하나 추가. ^^)  에펠탑 준공이 1889년이고 이 건물이 1893년 준공이니 그 시절의 트렌드도 한몫 했지 싶다.

계단은 여기까지만 올라갈 수 있다. 더 이상은 입주자들에게 방해되어 접근 금지다. 로스엔젤레스 경찰국이 2046년까지 50년 임대계약으로 입주해있다고 하니 굳이 더 볼 마음도 없다. ㅎㅎ 

각 층마다 복도에 비친 햇살이 반사되어 나무와 메탈의 어우러짐이 근사하다. 

이 건물이 125년이 되어도 이렇게 건재할 수 있는 이유가 (물론 중간에 지진 보강공사를 하기는 했지만) 공사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아 건물 지하에서 물이 나와서 건물 보강을 위해 유럽에서 철골을 엄청 들여와서 건물을 지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덕분에 공사비는 3배로 늘어났지만 건물의 수명도 그만큼 늘어났으니 역시 세상에 공짜 없고 땅으로 꺼지는 법 또한 없다.

어두운 입구와 자연광 가득한 아트리움으로 건물의 철학적 균형이 완성되고 나무의 부드러운 재질과 메탈 소재의 조화로 내부 인테리어의 미학적 균형도 완성했으니 사진가들이 좋아할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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