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중부 여행 (꽃보다 도시 피렌체)
업무상 해외를 다니다보면 나중에 가족과 함께 다시 찾고 싶은 생각이 드는 곳이 종종 있다. 미국 요세미티가 그랬고 프랑스 파리가 그랬다. 그리고 또 한곳 이탈리아 피렌체. 그래서 우린 결혼 25주년 여행지로 이탈리아 중부지역을 선택했고 꽃의 도시 피렌체에서 그 첫번째 여정을 시작한다.
LA에서 피렌체 직항이 없어 10시간 40분 비행후 파리 드골 공항에 도착하여 피렌체 연결편을 기다린다. 이곳은 공항 2청사. 길게 줄을 선 모습이 파리의 국민 빵집답다. 카메라 시계를 바꾸지 않아서 시간표시는 로스엔젤레스. 그 뒤 시간을 조정했는데 비몽사몽간이어서 그랬는지 이날 하루 사진기 2대의 시간은 계속 어딘가를 방황하게 된다. ㅋㅋ
드디어 #피렌체 도착. 설레임이 뭉개뭉개 피어오른다. 활주로도 달랑 하나… 공항도 아담하다.
숙소가 있는 비아 리카솔리 도착. 이길이 유명한 이유는 이길로 5분만 걸어 올라가면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이 전시되어 있는 아카데미아 미술관이 있기 때문이다. 성수기 비수기 상관없이 피렌체 줄서기는 장난이 아니다. 그중에서도 단연 으뜸은 다비드 보겠다는 아카데미아 미술관. 아침 일찍 문을 열기전부터 줄을 서서 운이 좋으면 1시간 30분 정도면 들어갈 수 있다고…
이번 피렌체 여행에는 아예 버스나 택시를 타지 않고 오롯이 걸어다닐 요량으로 시내 한복판에 숙소를 정했다. 두오모 성당이 엎어지면 코닿는 거리. 로케이션 좋고 가격 좋으니 방이 좀 좁으면 어떤가. #에어비앤비 고맙다. 오후 1시 경 숙소에 도착했으나 예정 체크인은 오후 3시. 가끔 얄짤없는 집주인도 있지만 가방만 두고 나가겠다고 하니 그냥 체크인하란다. 고맙구로… 고마운 것은 말로만 하면 안된다. 오는 게 있으면 가는 것도 있어야한다. 여행마치고 에어비앤비에 고맙고 좋았다는 리뷰 남기니 그렇게 고마워할 수가 없다.
에어 프랑스 기내식을 3번 연달아 먹고나니 입안에 기름이 돈다. 피렌체도 식후경? 완전 공감이다. 일단 속부터 풀고 봐야겠기에 구글검색후 가장 가까운 한식당으로 이동. 저 많은 인파를 뚫고 직진하여 MSG 그득한 짬뽕 국물로 속을 달래고나니 한결 가볍다. 🤣 이때부터 구글은 검색과 구글맵으로 이번 여행의 일등공신으로 자리잡게 된다. 오프라인 지도를 다운 받아놓는 것부터 여행은 시작된다. LTE가 작동하지 않는 지역이 많으니 잊지 마시라. 그리고 방문하고자하는 곳을 구글맵상에서 마이플레이스로 선택을 해놓으면 된다. 우버가 없는 이태리에선 택시를 타려면 예약을 해야하는데 영어 소통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예약비도 따로 받는다는 점 참조하자. 이번에 처음 이용해본 구글 버스타기는 압권이었다. 몇번 노선을 타고 가야하는지 몇분전에 버스가 왔었고 몇분후에 도착예정인지. 몇 정거장 이동하여 내리면 되는지 정말이지 알뜰살뜰 잘도 알려준다.
그리고 말이 나온 김에 추가로 소개를 드리자면 #트렌이탈리아 기차표 구매앱과 로마에서 이용했던 #프리나우앱은 우버 없는 이탈리아를 전혀 불편함이 없도록 만들어준 고마운 앱이다. 참조하시라고 앱 화면 캡쳐 첨부한다. 특히 기차표 구매앱은 펀칭하지 않아서 발생할 벌금 염려도 없고 기차 출발 시각에도 표를 구입할 수 있어 표를 사기위해서 줄을 서는 수고로움을 하지 않아도 된다.
도구를 잘 쓰면 많은 것이 바뀐다. 글자도 길도(道) 갖출구(具) 아닌가. 그러니 여행 도구를 잘 갖추고 잘 쓰면 여행이 바뀐다. 보다 나은 여행을 위해 여행 도구 아끼지 말고 잘 쓰자.
곧바로 카메라 챙겨들고 두오모 삼매경에 빠져든다. 준세이와 아오이가 만난 쿠폴라는 연인들의 성지가 된지 오래. 영화라는 매체의 힘을 실감한다. 한동안 쿠폴라에 올라가는 통로와 우피치 미술관 벽에 일본 관광객들이 남겨 놓은 낙서를 지우느라 애를 먹었다고 하니 말이다.😆
성당을 짓고나서 돔이 무너지지 않게 쌓을 방법을 브루넬레스키가 찾아서 1437년 완성하기까지 150년이 걸린다. 150년을 뚜껑이 없는채로 버틴다는 것 그 또한 대단하다. 쿠폴라가 완성된 후에 이를 본 교황이 성베드로 성당 돔을 멋지게 만들어달라고 미켈란젤로한데 건설 의뢰를 하지만 더 크게 지을 수는 있어도 더 아름답게 지을 수는 없다고 했을 정도. 겉으로 봐선 실감이 나지 않는다. 피렌체를 가지 않아도 되지만 피렌체를 간다면 저긴 꼭 올라가서 보시라.
돔이 완성되자 탄력받은 도시 위원회는 돔의 상층부의 화룡점정을 위해 로마에서 ‘피에타'로 스타덤에 오른 26살 미켈란젤로한테 6미터가 넘는 통대리석을 주면서 돔 꼭대기에 세울 거니까 멋진 작품을 만들어 달라고 의뢰한다. 저렇게 높은 곳에 세워두려했으니 다비드가 대두에 숏다리가 될 수 밖에 없었던 것. ㅋㅋ 그나저나 저 높이에 아무리 큰 다비드를 세워도 그게 뭔줄 알기나 할까 싶다.
쿠폴라에 올라가는 것은 무조건 예약을 해야한다. 많은 분들이 피렌체 카드를 사용하고자 하는데 피렌체 카드로는 해외에서 쿠폴라 예약이 안된다. 현장에서 피렌체카드 수령후 예약해야하는데 거의 매번 다음날까지 예약이 다 차있으니까 도착후 3일차가 되어야 예약가능하다는 얘기. 다비드가 있는 아카데미아도 피렌체 카드는 예약이 안되고 우피치 미술관도 가이드 투어의 경우 별도 입장권을 구매해야하니 그런 의미에서 보면 피렌체 핫스팟 3군데는 무용지물. 이쯤되면 #피렌체카드는 마케팅의 부산물일뿐 실속이 없다는 의견을 드려도 되지 싶다.
참으로 걸작이다. 조토의 종탑(사진 오른쪽 귀퉁이 모습)을 참조하여 만든 두오모 정면. 로마 성베드로 성당도 영국 런던의 세인트폴도 프랑스 샤르트르 성당도 건물 4면을 이런식으로 장식하지는 않았다. 그런 의미에선 건물 외관으로는 피렌체 두오모가 단연 갑이다. 교황이 베드로 성당 돔 의뢰를 했을때 오죽하면 미켈란젤로가 피렌체 두오모보다 더 아름답게는 못한다고 딱잘라 말했을까.
벽면이 전부 대리석 조각이고 가끔 그림이 있는 부분도 대리석으로 모자이크를 했으니 그리거나 붙인 것 하나없다. 예술에 미쳐야하고 돈이 남아 돌아야 이럴 수 있는데 그 당시 메디치 가문이 그랬다. 그들은 교황도 주교도 아니다. 그러니 성당 내부도 중요하지만 성당 외부가 과시용으로 더 중요했던 것. 그 덕분에 관광객들이 호사를 누린다. 고맙다. 28미리 렌즈로 한번에 담기엔 어림도 없다. (첫날 카메라 사진정보의 시간이 잘못 세팅되어 시간이 오류가 있는 것을 저녁에 사진 정리하다가 알았다. 참고하시기 바란다)
저녁먹고 다시 나올 적에 들고간 16미리 렌즈로 갈아끼우고 담아봤으나 여전히 모자란다. 10미리는 되어야 성당 전면부를 커버할 수 있겠다. 조금만 더 뒤로 가면 좋겠지만 뒤쪽엔 예배당이 떡하니 버티고 있어서 그럴 수가 없다. ㅎㅎ
쿠폴라 출입문 위에 있는 그림으로 얼핏 처음 봤을땐 그냥 색이 바랜 그림인줄 알았던 수태고지. 그런데 사진을 확대해서 살펴보니 색상별 대리석 조각들로 모자이크를 해놓았다. 가늘고 긴 모자이크 봉을 수직으로 밀어넣어서 색상을 완성하는 작업. 저 많은 종류의 색상의 돌을 구해서 가늘게 자르고 그걸 한땀 한땀 밀어넣어서 만들었다. 영원불변하라고… ^^
두오모 정면을 바라보다가 뒤돌아서면 산조반니 세례당이 있고 청동으로 조각된 기베르티의 천국의 문이 전시되어 있다. 이 작품이 다른 작품에 비해 특별한 것도 있지만 나중에 두오모 돔을 완성하게 될 브루넬레스키와의 경합 때문에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세례당 청동문 제작 공모에서 부르넬레스키를 제치고 기베르티의 작품이 선정된다. 그리하여 첫번째 청동문을 만들었고 이후 도시 위원회에서 하나 더 만들어 달라고 하여 추가 제작을 하게 되는데 2번째 제작한 것이 지금 보고 있는 천국의 문이다. 그것 2개가 50년동안 남긴 대표적인 작품의 전부라고 하니 기베르티에겐 일종의 승자의 저주였을 수도 있다.
반면 브루넬레스키는 경합에서 실패하여 빡쳐서 피렌체를 떠나 로마로 간다. 거기서 판테온을 보고 영감을 받아 나중에 있는 쿠폴라 제작 경합에서 1등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이미 기베르티는 청동문의 성공적인 제작으로 피렌체의 유명인사가 되어 있었기에 위원회에서 쿠폴라 제작을 둘이서 함께 하라고 권고하는 숟가락 얹기 신공을 날린다. 이에 다시 빡친 브루넬레스키는 기베르티한테 그렇게는 못하겠으니 하고싶다면 혼자해보라며 자신은 그만두겠다고 팀에서 나가버린다. 혼자남은 기베르티, 어떻게 해보려고 시도해보지만 본인은 돔을 완성할 수 있는 깜냥이 아님을 인지하고 공동작업에서 내려가게 되었다는 뒷이야기.
두오모 성당 바로 옆에 있는 아담한 과일 스무디가게. 참고로 이태리는 과일가격이 비싸고 맛이 없다. 그래서 과일을 이용한 식품이 많다. 스무디나 젤라또 아이스크림도 같은 맥락. 그래서 그런지 자본이 넘쳐서 그랬는지 암튼 피렌체는 전세계에서 최초로 젤라또 아이스크림이 개발된 곳이기도 하다. 이태리를 가시면 젤라또 드시는 것은 망설이지 마시라. 젤라또만큼은 독보적인 맛을 자랑한다.그렇다고 아무곳이나 다 맛있다는 얘기는 아니다. 멀쩡한데 맛이 거지같은 곳도 있으니 피할 것은 피하면서 즐기시길. 삐까번쩍 실내 장식이 된 곳이거나 토핑으로 마카롱이나 쿠키를 얹어주는 곳은 제일 먼저 피하는 것이 상책. 그런 곳은 비싸고 맛은 없다.
산 로렌초 성당을 지나 중앙시장 2층에 있는 먹자골목에서 오늘의 저녁을 고를 참이다. 참고로 중앙시장 1층은 오후 6시가 되면 문을 닫으니 곧장 2층으로 직행하면 된다.
2층에 올라가니 역시 이탈리아 요리를 세계적인 요리로 끌어올린 트러플이 있다. 워낙 비싼 가격이라 평소에 접해보지 못하는 것이기도 하고, 마침 트러플 수확기인 가을에 왔으니 그 틈새를 누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이탈리아 요리를 수입한 프랑스 왕가에서 트러플 요리를 먹어보고 프랑스 요리에도 뭔가 시그너쳐 요리를 넣어야겠다는 생각에 거위간을 메뉴에 올리면서 푸아그라가 3대진미에 이름을 올린다. 그 후 프랑스 요리를 받아들인 러시아 황실에서 음식을 먹다보니 날씨가 너무 추워 빨리 식으니 (그때까지만 해도 한상 차려놓고 한꺼번에 먹는 패밀리 스타일이었다) 황제가 하나씩 가져오라고 하면서 현대식 코스요리의 개념이 정립이 된다. 거기다가 러시아 황제도 트러플 먹어보고 푸아그라 먹어보니 러시아도 뭔가 하나 숟가락 얹어야겠다는 생각에 철갑상어 알 캐비어를 전채요리에 추가하게 되면서 세계 3대 진미가 완성되었다는 얘기가 있다. 암튼 오늘 저녁은 트러플 파스타.
식후경이라했으니 단테의 다리로 유명한 폰테 베키오를 구경하러 갈 시간. 비아 로마(비아는 이태리어로 도로라는 뜻)를 따라 강가로 내려가다 마주친 까페 질리. 피렌체에서 가장 오래된 까페인데 메디치 패밀리에서 운영하던 것인데, 그도 그럴 것이 이런 광장에서 저만한 규모의 패티오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웬만한 마피아정도로는 어림도 없어 보인다. ^^
피렌체에서 조심해야할 것이 소매치기만 있는 것이 아니다. 길을 가다가 바닥에 그림을 그려놓고 있는 이들이 있다. 동전 몇푼얻겠다고 저러고 있는 것이 아니다. 혹시라도 잘못하여 밟게 되면 변상을 해야하니 조심할 일이다.
그런가하면 이런 쪼가리 종이 그림을 바닥에 펼쳐놓고 누군가가 밟아주기를 기다리는 양아치들도 있다. 사람이 많을 때는 사람들에 밀려 밟게 될 수도 있으니 조심하시라. 두오모 성당 근처에 아주 많다.
아르노 강을 건너는 다리로 제일 처음 만들어져 이름도 오래된 다리 폰테 베키오. 정육점이 입주해 있었으나 악취가 심하고 미관상 좋지 않다고 메디치가에서 귀금속 가게로 바꿔버렸다. 문닫은 후의 모습은 흡사 중세시대에서 시계가 멈춘 듯하다. 단테는 베아트리체를 평생 딱 2번 만나는데 첫번째 만남에서 사랑에 빠지고 두번째 만남은 이 다리 끝에서 극적으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얼마후 두사람은 각기 다른 사람과 결혼을 하게 된다. 나중에 베아트리체가 은행가와 결혼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열받은 단테는 신곡에서 고리대금업자를 제4층 탐욕지옥에서 더 끌어내려 제7층 폭력지옥에서 신성모독자와 같은 레벨로 넣어버린다. 그 당시 은행가와 고리대금업자는 같은 사람 다른 표현이었나 보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