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천왕봉 San Vincente Moutain Park

LA 천왕봉

San Vincente Moutain Park

LA는 크게 두가지 지역으로 나눠진다. 바닷가에서부터 평평하게 동쪽과 남쪽으로 이어진 평지와 그 북쪽에 분지로 둘러 싸인 밸리지역. 이 두지역을 나누는 역할을 하는 것이 베버리힐즈부터 시작하여 태평양까지 이어진 능선이 있는 이곳이다.

몇해전부터 이곳 어딘가에 틀림없이 전망좋은 곳이 있을 것이고 그곳에서 보이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오늘이 바로 그날이다.

구글 3D 지도를 기울여 보기를 해보면 어느 곳이 최정상인지 금방 알 수 있다. 이제 위치를 잡았고 길이 있다고 하니 바로 출발.

어라? 막상 와보니 길은 비포장이고 중간중간 진입금지 장애물이 있다. 더군다나 석양을 담으려는 나의 의도를 이미 알아차렸는지 선셋부터 아침 8시까진 출입금지. 선셋부터라니… 조금 애매하긴 하다. 미국에 살면서 없던 겁도 생긴터라 일단 나름의 명분을 챙겨야하기에 선셋이라고 하고 밤이라고 했으니 여기서의 선셋은 천문박명(astronomical sunset)이라 나홀로 결론 내리고 일단 저녁 노을 사진을 찍기로 한다.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우길만한 명분을 미리 챙겨놓은 것. ^^ 일단 문이 열려있으니 직진이다. 선셋이후는 나중일이고…^^

차를 세우고 처음 마주치는 장면이 웬 경비초소? 나이키 미사일부대의 레이다 기지. 구글 지도를 보고 제일 높은 곳을 점찍어서 제대로 왔다는 것은 다행이긴 한데 그만큼 중요한 지역이라 군사시설이 자리잡고 있다.

전망대까지 있어서 신기하다 여겼는데 이 또한 군사용.

대략 훑어보니 구 소련의 전투폭격기가 태평양을 건너 LA를 폭격하러 오게 되면 이곳 레이다기지에서 전투기를 발견하고 4.5마일 후방에 있는 나이키 미사일부대에서 격추시킨다는 플랜. 하지만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이 개발된 이후로는 더 이상 쓸모가 없어져서 공원으로 개방하고 있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긴 하다.

일단 왔으니 전망대에 올라가서 사방을 둘러 본다. 여긴 북쪽 밸리지역.

동쪽으로 펼쳐진 버뱅크 지역과 전파 수신기 기지. 이전의 군사용은 아닌 것 같고 중간 중간 작동하는 기계음이 들리는 걸로 봐선 통신/방송 중계기로 사용하고 있지 싶다.

이곳에서 15마일 떨어진 곳에 있는 LA 다운타운

그리고 남쪽으로 해안선이 눈에 들어온다. 산타모니카 바닷가는 산에 가려서 보이지 않고 그 옆으로 보이는 마을이 베니스비치. 이곳에서 10마일 정도 떨어져있다. 베니스 비치라면 예전에 16-35 렌즈 새로 구입하고 다녀온 적이 있다.

기록을 보니 2017년 5월… 그로부터 2년 5개월 저 멀리 보이는 산등성이에서 다시 이곳을 향해 사진기를 들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렇다면 이사진은 우연일까 필연일까. ㅎㅎ 잠시 추억 속으로…

서쪽으로는 낮게 깔린 구름과 안개속에 어슴푸레해진 능선이 보인다. 흡사 노고단 정상에서 태백산맥 끝자락을 내려다 보는 듯하다.

그리고 도시의 번잡함을 피해 조용한 곳을 찾아 그들만의 세계를 살아가는 사람들도 보인다.

밸리지역에 위치한 조그만 밴나이스(Van Nuys) 공항의 모습. 보다시피 활주로가 2.4킬로 정도로 짧지는 않지만 대형상업용 비행기가 이륙할 수 있을만큼 충분하지는 않다. A380같은 경우 이륙하는데 약 2.9킬로의 활주로가 필요하고 보잉747-8 기종의 경우는 약 3킬로의 이륙용 활주로가 필요하다.

조금전에 이륙했는지 바로 머리위로 비행기 한대가 지나간다. 카메라 들고 있다가 머리위로 뭔가 지나가면 나도 모르게 일단 셔터를 누르고 본다. N810TM 비행기 꼬리표 기록을 구글에 찾아보니 2002년 제작한 걸프스트림4 기종이란다. 토요타 북미 판매법인이 쓰다가 매각했다는 기록까지 나오는 것을 보니 미국이라는 나라 참으로 무섭다. 보호 되어야할 정보가 아니면 그냥 공개다. 헐~~

나름 높은 곳인데 이곳에서 자전거? 올라오느라 엄청 힘들었겠다. 내려갈 땐 신나서 내려가겠지만 그거 내려가겠다고 자전거를 끌고 올라오나? 나이가 젊어보이지는 않던데? 등등의 생각을 했으나 그건 몰라서 하는 이야기라는 것을 집에 와서야 알았다.

그 자전거를 타고 전망대 위에 까지 올라왔다. 그런데 내가 알고 있던 산악용 자전거와는 페달 근처 생긴 모습이 좀 다르다. 궁금하여 구글한테 물어보니 전기 산악용 자전거(e-MTB)란다. 내친김에 좀 더 찾아보니 천만원 정도가 기본 가격대. 헐~~ 물론 오토바이보다는 안전하고 산에서 운동도 되고 마약이나 도박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취미이긴하다. 나야 자전거에 관심이 없으니 아무런 감동이 없지만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로망이지 싶다. ^^

사진기들고 열심히 찍고 있는데 뭔가 옆에서 기어가는 것이 보인다. 큰일 날뻔 했다. 암튼 산에선 먼 산 바라볼 땐 한치 앞을 조심해야한다. ㅋㅋ

서산으로 해는 뉘엿뉘엿 넘어가고 저 길은 누가 다니나 했던 호기심은 이제 없다. 차량은 다닐 수 없고 사람이 다니기엔 오히려 미끄러워보일만큼 매끈한 표면. 산악 자전거를 좋아하는 그들에겐 최고의 놀이터. ㅎㅎ

오늘도 어김없이 서산은 저녁노을로 붉게 물들고

변함없이 장엄한 저녁 노을로 오늘 하루 마무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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