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속에서 우연히 만난 영화 촬영장

프랭클린 캐년

Franklyn Canyon

베버리힐즈 한복판. 사진 찍으러 나왔다가 우연히 영화 촬영팀을 만났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려고 보니 뭔가 심상치 않다. 영화인지 드라마인지 20세기 폭스 촬영팀이 분주하게 준비중이다. 물어보니 본격 촬영은 해가 지고 나면 시작이라 지금은 돌아다녀도 문제가 없단다. 주민들에게 방해도 되지 않고 촬영의 보안유지도 되니 그들 입장에선 일거양득.

자동차 신차 출시전 시험운행할 때처럼 집을 지어놓고 가려놓았다. 시민공원이니 출입을 통제할 수는 없고 사진 촬영을 하지 말라고 할 수는 있지만 강제할 수는 없으니 일단 저렇게라도…ㅋㅋ. 둘러보니 이런 집만 족히 7채는 된다. 아무리 세트라지만 평토작업하고 설치전 구조진단 설치후 안전진단 그 모든 것 다하고 전기까지 넣어야하니 제작비용이 만만치 않다. 물론 촬영이 끝나면 전부 철거해야하니 철거비용도 추가. 헐리우드에선 영화의 제작비가 500만불 (한화 60억원 정도)이하인 경우에 저예산 독립영화라고 한다더니 촬영장 스케일을 보니 괜히 그러는것이 아니라는 걸 알겠다.

사진만 놓고보면 어디 멀리 사람 사는 곳하고는 멀리 떨어진 곳이라고 우겨도 되지 싶다. 분위기가 음산한 것이 연쇄살인사건을 배경으로 영화 촬영하기에 딱이다.

하지만 그자리에서 돌아서서 뒤를 보면 그런 느낌은 온데간데 없다. 해맑은 하늘과 양지바른 언덕이 있을 뿐. 수맥 옆에 지맥이고 대박 옆자리가 쪽박인 이치? ^^ 이 호수는 화재시 소방용으로 사용되는 용도.

실제 위치는 베버리힐즈 산동네 한복판. 지도상으로는 그저 양지바른 남향.

그런데 막상 호수 구석엔 갈대밭이 가득. 어린 시절 소풍을 다니곤 했던 에덴공원 갈대밭이 떠오른다. 나중엔 청소년 출입 금지구역이 되면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그곳이 떠오르는 걸 보니 아무래도 영화 스토리가 그 쪽이라는 확신(?)마저 든다. ㅎㅎ

억새풀하고 비슷하게 생겼는데 이건 뭘까싶어 찾아보니 줄기가 비어있는 벼과식물이라고 구글에서 알려준다. 그러고 보니 벼랑 닮은 것 같기도 하고…

보다시피 호수는 이렇게 작다. 야간 촬영을 위해서 라이팅 장비들을 잔뜩 가져다 놓았다.

호수 주위에도 야간 라이팅 장비들이 즐비하다. 야간 촬영 화면을 노이즈없이 제공하려면 충분한 광량(光量)은 필수. 어딘가에 장치가 있지 싶어서 두리번…

찾았다. 그래 이런게 있어야지. 전력공사로부터 별로의 승인을 받아 별도라인으로 전기를 끌어와야하니깐. 이것 저것 제대로 준비해서 촬영을 해야하니 제작비는 또 올라간다.^^

요놈이 궁금하여 다가 갔더니만 사진 촬영하지 못하게 하려고 안전요원이 버티고 앉아 있다. 그렇다면 반자도지동(反者道之動). 호수 반대편으로 돌아와서 한컷. 호수 안쪽까지 부표를 타고 들어와서 촬영할 수 있는 장비같아 보이는데 그나저나 요놈 지키느라 안전요원을 별도로 배치할 만큼 중요한겨? 뒤쪽의 집도 세트장… 이쯤되면 호수 주변의 분위기도 자연상태가 아니고 설정에 의한 세팅이 아닐까 하는 느낌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우짜던둥 한컷 담아보려고 나오다가 슬쩍 뒤를 돌아보니 시큐리티가 두눈 시퍼렇게 뜨고 쳐다본다. 괜히 한장 더 건지려고 하다가 지금까지 찍은 사진 다 날려버리는 수가 있다. 아직 촬영이 시작되기 전이라 그나마 이정도 담을 수 있었다고 위안하며 딴청 샷. ㅋㅋ

이제 보니 달리 보인다. 이놈들도 아마 영화 배경상 필요한 설정이 아닐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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