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날, 대서양 일출

마지막날, 대서양 일출

Sunrise over the Atlantic Ocean

일정 4일차, 처음 맞이하는 대서양 일출이라 들뜬 마음에 일기예보를 보니 비올 확율 30%. 허탕을 치고 싶지 않은 것은 인지상정.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일출 사진 담겠다고 숙소를 바닷가에서 5분거리에 잡아놓았으니 비가 와도 나가야한다. 숙소를 나서니 이내 상큼한 새벽공기가 온몸을 감싼다.

이미 몇 사람 자리를 잡고 있다. 떠오르는 태양을 대하는 자세도 가지가지. 어떤 이는 가부좌를 틀고 떠오르는 태양의 기운을 다 빨아들일 기세로 앉아 있는가 하면 어떤 이는 아예 모래사장에 자리깔고 눕는다. ㅋㅋ

삼각대를 펴고 자리를 잡고 있는 이시각. 저렇게 불그레한 빛만 보이다가 구름속으로 들어가버리면 속절없이 파장이다.

2분전부터 매직아워는 시작되었다. 다행이 태양이 아직 수평선 아래 있다고 하니 조금 더 기다려 볼 여지가 남았다. 참고로 태양이 1도 움직이는데 4분 정도 걸리니까 앞으로 16분정도 더 기다리면 태양이 절반정도 수평선에 걸친다.

매번 일출 사진을 찍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태양이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는 10초 정도의 이순간은 항상 소름이 돋는다. 새벽이라 기온이 낮아서 추워서 그렇다는 얘기도 있고 태양에 몰입하고 있는데 뒤에서 누가 덤빌까봐 무서워서 그렇다는 얘기도 있다. ㅋㅋ 암튼 커피를 마시지 않아도 잠이 깰만큼 소름이 돋는다. ^^

대서양 일출은 처음인 나에게도 오늘의 태양은 온전한 모습을 보여준다 고맙구로…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모습이다. 팔광이 떠오르지만 팔광은 공산명월이다. 해가 아니고 달이며 바다가 아니고 산이다. 하지만 이건 해상태양. 그렇다면 팔광의 그림은 달이 뜨는 산도 되고 해가 뜨는 바다도 되는 그림인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명품에 속하는 의미가 심장(深長)한 그림. 그림에 고도리가 세마리나 들어 있더니 그 까닭을 이제야 알겠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 카더만 저녁 노을 사진에는 보이지 않던 새들이 일출 사진에는 자주 보인다. 그리고 팔광의 아랫부분의 검은색은 이제보니 검푸른 바닷물이었나 싶기도 하다. 사진 찍어서 현상해서 보다보면 가끔 이런 재미가 있어 좋다. ^^

아침 태양은 찬란하다. 과연(果然)…

Source: Baywatch, Paramount Pictures

TV 시리즈로 만들어져서 인기를 누리다가 최근 영화로 제작된 배이워치를 여기서 촬영했다. 한낮에는 웬지 이곳에서 빨간 수영복을 입은 사람들을 만나게 될 것만 같다. ㅎㅎ

일출 사진을 넉넉히 담은 후 마지막날 일정으로 큰 애 학교를 둘러본다. 작은 호수에는 악어가 살고 있다고 하는데 평소엔 물속에서 별 문제없이 지내지만 비가 많이 와서 호수 물이 불어나면 악어가 거리를 돌아다니니 조심해야한단다. 많이 낯선 얘기다. ㅎㅎ

캘리포니아에도 야자수가 있는데 그것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사막의 야자수는 근근히 살아남아 명맥을 유지하는 것이고 이곳의 야자수는 생명의 꿈틀거림이 느껴진다. 줄기 윗둥의 푸르름이 그 넘치는 기운을 말해주는 듯하다.

이제 다시 공항이다. 키웨스트에서의 모히또를 잊지 못해 떠나기전 아쉬움을 달래려 많이들 줄지어 섰다. 더운 남쪽지방을 여행하면 럼이 들어간 모히또는 반드시 맛을 보아야한다. 데킬라가 들어간 마가리타하고는 그 느낌이 확연히 다르다.

10초간의 소름끼침과 이어지는 찬란함… 타임랩스로 그 여운의 아쉬움을 달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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