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귀비꽃 앤틸롭밸리
듣기만 하고 직접 보지는 못한 양귀비꽃. LA에서 1시간 30분 거리에 야생 양귀비 꽃밭이 있다고 하여 한번 가야지 했는데 오늘이 그날이다. 3월부터 5월까지 볼 수 있다고 하여 늦지 않게 일정을 잡았다.
가녀린 코스모스에 노란물과 붉은 물을 들인 듯하다. 양귀비옆에 피어 있는 파란 풀꽃의 조연(助演)도 제법이다. 아편 양귀비(opium poppy)는 Papaver somniferum으로 양귀비과이긴 하지만 엄연히 다른 종(種). 마음 편히 즐겨보자. ^^
LA에서 북쪽으로 자동차로 한시간 반. 랭카스터를 지나 목적지 근처에 다다르자 야생 양귀비 꽃밭이 멀리서 한눈에 들어온다. 하늘과 풀과 양귀비가 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이보다 더 화려할 수는 없다.
캘리포니아 주에서 운영하는 양귀비 보호구역 관리사무소. 일반 승용차 1대당 주차비 10불이다. 미국은 주립공원이건 국립공원이건 입장료가 어딜가나 비슷하게 비싸다.
지천으로 깔려있는 듯하지만 막상 언덕을 넘어가면 양귀비는 없다. 이 동네에만 있다는 얘기고 그래서 1976년부터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다. 이런건 하늘에서 찍어줘야지… 하면서 드론 생각이 났는데 어김없이 No Drone 이란다. 강아지도 안되고 드론도 안된다. 더군다나 헬리콥터는 이곳 위로 날아가서도 안된다. 정해진 도로 외에 다른 길로 걸어다녀도 안된다. 사진 찍느라고 잠시 흙을 밟았더니 지나가던 자원봉사원이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지적질이다. 네~ 네~
3월까지 내린비와 4월 캘리포니아의 태양이 피워낸 양귀비꽃. 올해는 봄에 비가 넉넉하더니 꽃이 풍성하다. 잠시나마 이곳이 사막이라는 것을 잊는다.
허리를 숙이고 고개를 들면 지상의 꽃과 천상의 꽃이 만나는 모습을 담을 수 있다. 주파노남 보색(補色) 대비. 화려함이 절정(絶頂)이다.
4말5초의 수퍼블룸(Super Bloom)을 향해 준비가 한창.
죠슈아 트리(Joshua tree). 하늘을 향해 두팔을 벌리고 있는 모습이 기도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성경에 나오는 여호수아의 이름을 따서 죠슈아 트리라고 불린다. 선인장은 나무가 아니지만 이건 나무의 속성을 지니고 있어서 죠슈아 트리. 어쩌면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나무 귀신의 모티프를 제공했을지도… ^^
꽃도 많이도 피웠다. 물 들어올 때 배 띄운다고… 꽃 피울 수 있을때 힘껏 꽃을 피운다. 생존을 향한 자연의 법칙이다. 5월을 지나 6월이 되면 그때부턴 물도 얻기 힘들다. LA 동쪽으로 2시간 30분 정도 이동하면 죠슈아트리 국립공원이 있다. 조용히 구글맵에 점을 찍는다. 조만간 가겠지 하면서... ^^
초록의 평원이 햇살을 받아 비옥해 보이기까지 한다. 분명한 것은 여긴 사막이라는 것이고 눈에 보이는 것은 빛반사로 인한 왜곡. 비록 착시지만 눈은 행복하다.
엘리엇은 4월이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는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했지만 이곳은 아직 눈이 녹지 않은 산 정상과 만개한 꽃의 오묘한 대비가 여유롭다.
다들 카메라에 추억을 담느라 여념이 없다. 뱀이 나온다고 조심하라는 안내판이 버젓이 있는데도 저리도 용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