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탈리나 아일랜드 (Santa Catalina Island)

카탈리나 아일랜드

Santa Catalina Island

LA 근처 항구에서 쾌속정을 타고 1시간. 당초 1박 2일의 일정으로 여행계획을 잡았으나 주어진 시간과 숙소 사정이 여의치 않아 당일 일정으로 변경. 터미날에 도착하니 주차 빌딩이 있어 차를 세워놓고 마음 편히 출발한다.

출발 가능한 항구는 세곳이고 도착 가능한 여행지는 두곳. 섬 북쪽에 있는 투하버는 아직은 개발이 덜 된 곳이라 이번 일정에는 제외. 가장 노선 시간표가 풍부한 롱비치항 출발 당첨이다.

우리를 태우고 갈 배가 저 멀리 들어온다. 카타마란(Catamaran) 방식의 배라서 출렁거림이 덜 할 것 같아 다행이다. 섬과 육지 사이의 해협을 통과해야해서 호수처럼 잔잔하지는 않을거라 약간의 염려는 했다. 멀미를 심하게 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제와서 귀미테를 구할 곳도 없다.

헐(Hull)이 두개라서 선착장에 정박할 때 자칫하면 측면에 손상이 갈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항해사가 데크에 나와서 정박을 위한 미세조정하는 모습이 보인다.

300명 정원의 배가 거의 꽉찼다. 4월부터 9월까지가 성수기니까 요즘이 한창 대목.

배는 서서히 롱비치항을 빠져나가고…

식당으로 사용중인 퇴역 유람선 퀸매리도 보이고 그 옆으로 현역 유람선 카니발 크루즈가 분주히 승객을 싣고 있다. 바하 멕시코 지역으로 운항하는 크루즈선이다.

햇살 가득 비타민 D를 즐기는 그들. 햇살은 그들만의 전유물. 태양을 피하는 법이 없다. ^^

항구를 빠져나오니 배는 정상 속도로 달리기 시작한다. 시속 30노트, 시속 34마일, 시속 55킬로. 멀어져가는 물길을 보다보니 문득 표시도 없는 바다위를 달리는데 왜 항로라고 했는지 궁금해졌다. 그렇다면 길이 있다는 얘긴데…

역시 모르니까 안보이지 알고나면 바닷길도 보이고 하늘길도 보인다. GPS 표시 화면을 보니 항로도 보이고 해상 교통 상황도 보인다. 빨간 점선은 정해진 항로. 그걸 벗어나면 항로 이탈. 왼쪽에 GPS를 장착한 작은 배가 마주오고 있다.

이런 건 바로 확인을 해줘야 제 맛. 저 멀리 하얀배가 다가 오는 것이 보인다. GPS를 장착하고 신호를 주고 받으면 이렇게 안전하게 바다에서도 운항이 가능한 걸 알겠다. 머지 않은 미래에 바다에서도 자동항법장치로 배들이 운항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그러고보면 엘론 머스크는 가장 앞서서 인류의 미래를 열어가는 사람중의 한명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백투더퓨쳐2에서 보았던 미래의 모습을 그려내는데 가장 기본적인 혁신을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 우주선이 그것이고 하이퍼루프가 또한 그것이다.

바다가 조용한 건지 카타마란 방식의 배 덕분인지 승용차 수준의 흔들림만으로 섬에 무사히 도착. 처음에 섬을 보고 깜짝 놀랐다. 생각했던 것보다 섬이 이쁘다. 이 사진은 배안에서 유리창을 통하여 찍은 건데 망원렌즈를 장착한 경우는 잘 나오건 아니건 결과를 생각하지 말고 일단 사진을 찍고 볼 일이다. 덕분에 배 위에서가 아니면 건질 수 없는 앵글의 사진을 얻었다. 돛단배의 색상이 이탈리안 큐티. ^^

이 사진도 선실에서 건졌다. 물론 데크로 나가서 사진을 찍을 수도 있겠지만 데크로 나가지 못하는 배도 많으니 일단 찍고 보자는 얘기. 오른편에 보이는 둥근 지붕의 건물은 카지노다. 초창기 미국 껌재벌 위글리(Wrigley)의 사업 방식이 보인다. 펜실베니아에서 태어나 30세에 시카고로 옮긴 후 비누 장사를 시작했는데 비누팔면서 끼워 주던 베이킹 파우더에 고객들이 관심을 보이자 주력 제품을 베이킹 파우더로 변경했고 거기에 껌을 끼워주게 된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고객들이 껌에 더 관심을 보였고 그래서 아예 껌 장사로 업종을 또 변경한다. 그렇게 가다보면 보이는 것. 우리가 외면하지만 않는다면 세상은… 그리고 자연은 우리에게 계속해서 보여준다.

윌리엄 위글리는 카탈리나 섬의 일부를 매입한 후 카지노를 짓고 섬에서 채취한 돌로 타일과 건축자재 사업을 하면서 카탈리나 섬 개발을 한다. 껌팔아서 돈을 벌었다고 껌판 돈을 쓰는 것이 아니라 부지 매입만 하고 나머지는 현장에서 현금을 조달한다. 그리고 위글리에 관련된 재미있는 일화가 있어 또 한가지 소개를 하자면, 시카고에서 사업을 했던 것이 인연이 되어 시카고 컵스의 구단주를 1921년부터 1981년까지 하게 되는데 (그래서 지금도 시카고 컵스 홈구장은 위글리 파크라고 불리고 있다) 그 시기에 염소의 저주(The curse of Billy Goat)라는 유명한 일화가 생기는데 그게 바로 창업주의 아들이 구단주 할 때다. 표까지 따로 구입한 염소를 냄새난다고 나가라고 하면서 생긴 저주. 그런데 알고보면 그것도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이었다. 왜냐하면 그 염소를 데리고 들어온 것도 결국 자기 매장 (Billy Goat라는 술집) 홍보하려고 들어온거고. 들어와서 가만히 앉아서 야구구경은 하지 않고 염소데리고 이리저리 돌아다녔으니 욕먹고 쫓겨났는데 그걸 또 염소의 저주라는 노이즈로 승화(^^) 시킨거였다. ㅋㅋ 그나저나 그 때가 1945년이면 2차대전 종전시점이다. 전 세계가 전쟁의 포화속에서 난리도 아닌데 메이저리그 경기를 하고 월드 시리즈를 하고 있었다는 얘기… 이 나라는 그때부터 그랬다. ㅎㅎ

아발론 항구에 도착하면 바로 접하게 되는 주요 교통수단인 골프카트. 이곳에선 승용차 대신이기 때문에 골프장의 카트와는 달리 운전면허증 소지의무와 함께 도로 교통법이 동일하게 적용된다. 물론 딱지도 떼인다. 아무리 카트라도 스톱사인에선 무조건 스톱이다.

터미날에서 마을쪽으로 조금만 걸어나오면 골프카트 대여소가 3군데 정도 있다. 이번에 함께한 가족이 5명이어서 6인승 카트 대여가 가능한 곳을 찾았다.

배에서 내리자마자 200미리 렌즈에 잡힌 선착장 반대편 마을의 모습. 아발론이라는 마을을 개발할 때 몇가지 설계 코드를 심어놓은 것이 분명하다고 누군가 속삭이는 듯하다. ^^ 이탈리안 리비에라 칭크테레의 5개 마을을 골고루 빚어놓은 듯. 이미 카메라 렌즈는 해안가 마을로 달려간다.

하지만 마을 한복판 해변도로는 골프카트 진입금지. 그래서 반대쪽 해안도로를 향해서 일단 출발.

마을을 벗어나니 6월말 태평양 바닷물에 입수하는 젊음이 보인다. 이곳은 상어도 없고 태평양 반대쪽이라 파도도 거의 없으니 물속 구경하기에 안성마춤. 물론 궁금하지는 않다. ㅋㅋ

사진 여행을 하다보면 항상 포토스팟을 미리 챙겨서 구글맵에 표시를 해두는데 이곳이 그곳이다. 꼭대기에서 바라본 아발론은 한폭의 그림. 카탈리나가 이정도일 줄은…

이곳에선 승용차 역할을 하고 있는 카트들. 집집마다 한대씩. 주차비 기름값 걱정 없는 동네다.

카트를 타고 반대편으로 오니 또 다른 건축 코드가 보인다. 기와 지붕옆의 건물 색상이 멀리 산기슭의 대지와 멋스럽게 어울린다. 이 또한 지중해 코드 ^^.

LA에서 아침 겸 점심을 먹고 출발하였으니 배타기 전에 이른 저녁을 챙겨야한다. 미리 몇군데 알아보고 사전에 예약을 하려고 했으나 예약을 받지 않으니 그냥 오란다. 덕분에 다른 곳도 겸사겸사 들러본다. 데스칸소 비치라는 곳인데 분위기 좋고 경치도 좋은데 먹을 것이 너무 없다. 칵테일 한잔하면서 주전부리할 요량이면 추천이고 그렇지 않고 식사를 원한다면 그냥 패스.

사진기를 들고 있는 자에겐 고마운 해안가 거리 풍경이다.

블루워터 아발론. 시푸드 식당인데 해안가 한복판에 있다. 관광지 음식은 다 비슷한데 이곳은 식전 포토타임에 인생샷을 건질 수 있는 포토존이 있어 가산점 추가.

식당 바로 옆에 정박해 있는 보트들. 식사하면서 보게 되는 풍경이 망망대해가 아니라 고맙다.

배가 든든하니 언덕위의 집들도 눈에 들어오고.

역광의 눈부심도 즐겁다.

부둣가 아래로 내려가 찰랑거리는 파도소리도 들어본다.

배를 탈 시간은 되어가지만 거리엔 여전히 일요일 저녁을 즐기는 사람들로 분주하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카탈리나에서는 석양을 볼 수 없다.

시간을 많이 들이지도 않았고 큰 경비를 들인 것도 아니지만 아름다운 경치에 멋진 사진까지 남겼으니 오늘은 감사하게도 수지 맞은 하루. 이런게 여행이 주는 진정한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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