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서 여행 2일차: 파이퍼 비치 & 맥웨이 폭포

빅서 2일차: 파이퍼비치와 맥웨이 폭포

Big Sur: Pfeiffer Beach & McWay Fall

차로 5시간이 넘는 거리를 쉬지 않고 달려야 오늘 정해놓은 일정을 소화할 수 있다. 갈길은 바쁜데 언덕배기 차창 너머로 구름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이런 건 찍어야해 저런게 바다에서 보이면 더 실감나겠지만 그건 그때 이야기고…’ 하면서 차를 세우고 카메라를 챙겨 들고 나간다.

막상 다 찍고 차에 타고나니 애들 엄마가 난리다. 도데체 사진이 뭐길래 그 위험한 상황에서 사진을 찍느냐고. 찍소리도 못하고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한마디도 못하고 출발. 여행을 망치지 않는 한도내에서 먹을 수 있는 욕은 다 먹었다. ^^

좁은 의미의 빅서… 파이퍼비치가 있는 이동네다. 그러니 조금 멀더라도 어찌 여기까지 오지 않을 수가 있단 말인가. ㅎㅎ

입장료가 차량당 12불. 입구 안내원이 바람이 너무 강하니 선그라스를 착용하라는 이야기도 잊지 않는다… 이 때까지만해도 바람은 무슨… 온데 간데 없이 조용하다.

구글 사진을 보면 매번 등장하는 구멍난 바위. 파이퍼 비치의 상징이다.

난데없는 일진광풍에 모래바람인지 파도가 바람에 날린 건지 난리가 났다. 얼굴도 따갑고 다리도 따갑다.

바람이 불어대는데 피할 수도 없고 피할 곳도 없다. 그냥 찍는거다.

분위기만 봐서는 고비사막 정도는 되어 보인다. ^^ 역시 엄마는 애들 챙기고 아빠는 본인 물건 챙긴다. 어느 나라 어느 민족이나 비슷한 모습.

파란 화살표 지점이 파이퍼 비치고 빨간 화살표가 다음 목적지 맥웨이 폭포. 운전하고 오면서 보니 저기 아래 숙소까지는 족히 2시간은 걸리니까 폭포를 보고 이동하다가 까딱하면 도로위에서 해떨어지는 것을 보게 될 지도 모른다. 부지런히 이동해야 한다.

맥웨이 폭포로 이동하다가 발견한 비스타 포인트. 구멍뚫린 바위는 여기도 있구먼… 단지 차이가 있다면 해변가에서 떨어지는 저녁 노을을 그 바위 구멍에 담을 수가 없다는 것. 그만큼의 작은 차이가 있을 뿐 다 같은 절경이다. ㅎㅎ

이곳도 입장료가 12불. 거기다가 자율 주차비 제도. 그것도 현금만 받는다고 한다. 미리 좀 얘기해주시지… ㅎㅎ 현금 가지러 주차해 놓은 차에 다시 다녀온 뒤 마음편히 폭포 진입로에 들어선다.

바다로 바로 떨어지는 폭포라고 유명한가 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제주도에도 정방폭포가 있다. 그곳 해녀분들이 바로 잡아서 썰어주던 전복 멍게 해삼 생각이 난다… 하지만 여기는 내려가지도 못하고 폭포만 덩그러니 보고 와야한다. 날씨가 좋아서 제대로 된 사진을 남겼으니 다행이다.

칠월 한여름 땡볕에도 폭포 수량이 만만치 않다.

이제 맥웨이 폭포도 봤으니 숙소 근처까지 내달려야 한다. 그래야 선셋을 담을 수 있다. 이곳 빅서는 흙사태, 산사태, 낙석 등 겨울철 우기가 지나면 지반이 약해져서 도로 곳곳이 끊긴다. 아마 이곳도 낙석이 너무 잦아서 인공 터널을 만들었지 싶다.

아무리 바빠도 저녁 노을에 반사된 초록이 고와서 그냥 갈 수가 없다. 차를 세우고보니 빅서에서 유일한 바닷가 캠핑장이다. 물론 만석이고 다들 저녁 준비로 분주하다.

집에 두고 온 포코 생각이 났는지 큰 놈이 찍어 놨다. 미국 애들도 강아지가 좋아서 데리고 오는 것이 아니라 혼자 두고 오는 것이 마음 아파서 데리고 오지 싶다. 아무튼 캠핑을 하는데 개를 데리고 오다니… 대단하다.

드넗은 태평양에 비스타 포인트가 또 부른다. 태양의 위치를 보아하니 조만간 입수 예정이다. 빅서 해안도로는 인터넷, LTE, 심지어 전화도 안된다. 매직아워가 8시 조금 지난 것으로 기억하는데 태양 지름 하나 정도 남았으니 입수까지는 30분이 남지 않았다. 여기서 선셋을 맞이 할 수는 없다. 좀 더 멋진 곳을 찜해 두었으니 일단 출발.

다행히 태양이 해수면 터치다운 하기 5분전에 주차장에 차를 세울 수 있었다.

해가 떨어지는 건 순식간이고 저녁 노을의 장엄함은 한결같다.

구름 한점 없는 하늘을 배경으로 저녁 노을 사진을 담는 일이 쉽지 않음을 배웠다. 캐논으로 찍은 사진은 건진 것이 없다. 물론 캐논 탓이 아니다. ㅋㅋ

애들 엄마 덕분에 이나마 건진게 다행이다. ㅎㅎ

하루중 가장 사진이 곱게 나오는 시간. 해는 지고 어둠은 아직 깔리기전. 해질녘 그림자 없는 피사체의 본질적 모습에 마음의 평화와 경건함이 깃든다. 하지만 지금은 평화를 즐길 시간이 없다. 이곳 빅서 식당들은 거의 대부분 9시면 문을 닫는다. 저녁 식사를 망친다면 아무리 좋은 노을 사진을 담았어도 아무 소용이 없다. 다시 출발.

해가 지니 달이 뜨고 등대에 불이 밝혀진다. 갓길에 차를 세우기 위험하니 그냥 달린다. 애들 엄마가 조수석에서 사진기 들고 열일 한다.

또다시 5분전 도착이다. 식당은 손님으로 꽉차서 대기자 명단에 이름올리고 사진기를 들고 나왔다. 이제 천문박명도 끝나가는 시각. 오전에 사고 친 것만 아니었으면 사진기들고 해안으로 좀 더 들어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곳은 선셋이후 바닷가는 출입금지. 오늘같은 날 괜한 욕심은 금물이다. 5분전 터치다운 두번 덕분에 알차고 보람찬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망설임없는 한걸음 한걸음이 니체가 말한 생의 길섶에 숨겨진 행운을 찾는 열쇠가 아닐까 싶다. 세렌디피티 (Serendip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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