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서 여행 3일차: 허스트캐슬 & 스푸너스 코브
서부해안을 여행할 땐 일출 일정이 없다. 그래서 아침에 느즈막히 일어나 숙소앞 해변 산책로로 카메라를 챙겨들고 나선다. 어차피 아침 8시 이전엔 출입금지이기도 하다.
어제 저녁 식사를 마치고 들어온 숙소라 바로 앞이 해안가라는 것 말고는 아무런 정보가 없이 산책길을 나선 터였다. 그런데 이건 완전 수지맞은 느낌이다. 해가 중천으로 올라가면 사진은 그냥 다큐멘터리. 천연 디퓨저(diffuser) 를 이렇게 깔아주셨으니 지금부터 사진을 챙기면 된다. 역시 삶에선 한걸음 내디뎌야 행운을 챙길 수 있다. 세렌디피티(Serendipity)~~
습도가 조그만 더 있었으면 무지개가 생길 판.
밀레의 만종은 해질녘이긴 하지만 안개 자욱한 분위기가 이렇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해무(海霧) 가득한 하늘에 햇살이 비추니 이런 풍경도 구경하고…
산책로와 바닷가도 함께 찍어 본다.
연세 지긋하신 분이 고맙게도 모델을 해주시고.
바닷가 파도치는 곳 반대쪽 풍수 좋은 곳에 자리 잡은 다람쥐도 모델하겠다고 나선다. 고맙구로… 새끼를 가졌는지 통통하게 살이 올랐다.
그 와중에 바다새의 축하비행. 갈매기 사이즈가 아니다. 좀 크다. 부리에서 꼬리까지 족히 70~90센티는 되어 보인다. 혹시 알바트로스?
역시 알바트로스는 날개가 다르다. 날개 폭이 좁고 길다. 날개 길이를 합치면 3미터가 넘는다고... 이렇게 확인했으니 다음번에 날아가는 새가 보이면 구분은 할 수 있겠다. ㅎㅎ
해가 올라오니 안개도 서서히 물러가고 우리도 자리를 옮길 시간.
바로 5분거리에 코끼리 바다 물범 (elephant seal) 두 마리가 기 싸움중이다. 일부다처 승자독식. 저렇게 싸우다가 앞가슴뼈가 부러지면 지는거다.
다들 기싸움을 하다가 지쳤는지 10분간 휴식.
어짜피 모든 수컷들과 다 싸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95%의 기싸움은 울음소리 몇번으로 결정이 난다고 하니 그들 나름의 현명함이다. 몸집과 소리의 울림이 비례하여 몇번만 들어보면 한번 붙어볼 상대인지 도망치는 게 상책인지 다들 알아서 판단을 한다고 한다. 가슴팍의 상처는 살아남은자의 영광.
왼쪽 바위섬에는 코끼리 바다 물범이 자리를 잡았다. 해변과 저 곳중에서 어느 곳을 선호하는지 모르지만 수컷들이 먼저와서 자리를 잡으면 암컷들이 따라 온다고...
안개가 자욱하여 포토샵으로 정리를 해보니 생긴 모양이 영락없는 코끼리 바다 물범이다. ㅎㅎ
어제 저녁 숙소로 오는 길을 밝혀주던 그 등대. 바람에 나뒹군 해송 가지가 일품이다.
등대앞에 있는 물개섬. 생긴 모양이 영락없는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이다.
가까이에서 찍어보려고 보무도 당당히 걸어가는데 갑자기 웬 안내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예약을 했냐고 묻는다. 이곳을 구경하려면 예약을 통해서만 가능하고 더군다나 12시에 문을 닫으니 다음에 오라고…ㅎㅎ 볼 것 다 보고 사진도 다 담았으니 다음은 없다. 등대보겠다고 볼 것 많은 빅서에서 시간을 낭비할 까닭이 없기 때문. 미련없이 허스트 캐슬로 이동한다.
미국의 언론재벌 윌리엄 허스트가 28년 동안 지었다는 허스트캐슬. 산꼭대기에 캐슬이 있어 차를 주차해놓고 이곳에서 버스를 타고 올라가야한다. 인당 25불. 헐~~ 비싸다. 알고보니 이미 허스트 그룹에서 주정부에 기부채납을 했고 따라서 주정부에서 운영하고 있다는 얘기. 어짜피 여기까지 왔으니 일단 올라가 보자.
미국 공립학교 스쿨버스보다 조금 양호한 수준의 버스를 타고 20분 이상을 꾸불꾸불한 산길을 올라온다.
돈을 100불 (4명)이나 내고 한 시간동안 다른 곳으로 가지도 못하고 꼼짝없이 알지도 못하는 부자양반 스토리를 들어야한다는 것… 그것이 문제다. 심지어 뒤에서 다른 곳으로 가지 말라고 지키고 있다. ㅎㅎ 그것 말고는 전망도 좋고 저택도 훌륭하다.
그 부자 양반 저택 전망 한번 끝내준다. 저 넓은 태평양을 정원으로 가지고자 했으니 그에 걸맞는 저택을 짓겠다고 28년을 그 난리를 친거다. ㅎㅎ
수영장과 집안 곳곳에 그리스 로마의 신들을 모셔다 뒀다. 바다가 눈에 보이는데도 바닷가와 온도차이가 섭씨 10도의 차이가 나니 더워서 살 수가 없었을 듯.
본관 건물이 성당을 닮았다. 하지만 첨탑에 있는 것은 십자가가 아니다. 아니나 다를까 내부엔 식당과 실내 수영장. ㅎㅎ 실제 유럽의 오래된 성을 구입하여 분해한 후 미국으로 가져와 다시 지은 것이라고 한다. 건물 전체에 방이 165개라고 하는데 저 정도의 캐슬을 지어봐도 삶의 공허함이 채워지지 않았나 보다.
오죽하면 이집트의 신까지 모셔올 정도니 말이다. 큰 아들 왈(曰) “돈 좀 있다고 오만 신(神)을 다 불렀네. 신에 대한 매너가 이건 아니지” 라고 거든다. ㅋㅋ 이정도면 신들의 전쟁이라도 날 판이다. ㅎㅎ 그건 그거고 우린 일정이 있어서 이만. ^^
스푸너스 코브(Spooner’s Cove). 코브는 작은 만이라는 뜻인데 빅서에서는 이제 벗어났다고 봐야한다 . 집으로 가는 길에 구글 만족도가 4.9점/5점 이라서 일정을 잡았는데 빅서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일단 입장료가 무료. 그래서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다녀간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바닷가 자갈이 모양도 이쁘고 색상도 다양하고 곱다
모래보단 자갈이 더 어울리는 해변.
이곳 스푸너는 전체적으로 바위들이 웬지 길쭉 길쭉하다. 웬지 스푸너 그분의 생김새도 그러려니... ㅋㅋ
3일이라 짧기는 했지만 아쉽지는 않았고 가족과 함께여서 먼 거리 장 시간 운전에도 피곤하지는 않았다. 아름다운 풍광을 함께 해서 행복했고 그래서 즐거웠다. 가족과 여행은 언제나 정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