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야할 일을 해야할 때 하지 않으면 생기는 일

해야할 일을 해야할 때 하지 않으면 생기는 일

가을이 되면 수확을 하면 된다. 그러니까…다 된 밥인 줄 알았다. 그런데 수확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건 몰랐다. 결실을 거두는 것도 때가 있고 그 때에 맞추지 않으면 그 다음해 농사를 망치게 되는 것을.

벌이 찾아왔길래 올해도 오렌지가 그득하게 열리려니 생각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오렌지 나무에 꽃이 거의 없다. 지난 가을 오렌지 수확에 게으름을 피우고 오렌지를 다 먹겠다는 욕심에 오렌지를 한꺼번에 다 따지 않고 천천히 땄다. 꽃을 피울 수 있게 자리를 비워줘야할 가지에 여전히 오렌지 열매가 달려있으니 나무는 꽃을 피우지 못했다. 나무 입장에서는 엄청 답답했지 싶다.

같은 나무라도 가지마다 형편이 다르다. 꽃을 피운 가지엔 벌이 찾아오지만 열매가 늦게까지 달려있던 가지엔 한해를 쉬어야하는 정적만이 감돌 뿐.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가지마다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그들의 최선이니 각자의 일을 한다.

나무가 해걸이를 한다거나 원래 한해씩 걸러 열매가 시원찮은 나무라는 등의 나무의 팔자나 운명의 탓으로 돌린 적은 없는 지 되돌아 본다. 운명이나 팔자가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보다는 내 탓이 훨씬 더 많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화창한 오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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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즉변 (窮則變), 변즉통(變則通) 그리고 준비(準備)